인사부장이 매일 노조 방문…근로자 요구사항 바로 처리
"지난 수요일에도 결혼을 앞둔 두 명의 직원이 댕기풀이를 함께했어요. 1960년 우리 회사가 설립할 때부터 이어지는 전통이죠."
이제는 주위에서 찾기 힘들고 추억 속에 남아있는 댕기풀이가 이 회사에서는 흔한 일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결혼 시즌이어서 더욱 잦다. 윤왕삼 삼익THK(주)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댕기풀이는 전체 직원의 70% 정도가 참석할 정도로 인기 있는 행사"라고 자랑했다. 결혼 당사자가 '한턱' 쏘는 이 자리는 이 업체 직원들의 화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대구 성서공단의 기계부품업체인 삼익THK(주)는 '노사갈등'이 남의 이야기다. 창업 이후 분규가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노사화합의 모범으로 통하는 이 회사는 최근 대구시로부터 '노사화합상'을 받기도 했다.
하루에도 세 차례 이상은 노조 사무실을 찾는 정우영 인사부장은 노사화합의 숨은 공로자. 채무 보증을 잘못 선 직원부터 야외 휴게실을 만들어달라는 직원까지 갖가지 고충과 요구에 대해 '해결사'로 나선다. 정 부장은 "근로자들의 불만 사항이나 어려운 점은 그때그때 파악하고 곧바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사소한 일도 노사 간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뿌리 뽑겠다는 것. 이는 '삼익 회사'가 아닌 '삼익 가족'으로 유지되기 위한 첫 번째 덕목이라고 했다.
가족 같은 분위기는 진영환 회장의 모습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항상 웃는 모습으로 직원들을 대하고 직원들을 보면 먼저 인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어떨 땐 90도로 인사를 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얼굴을 붉힐 때도 있단다. 직원들에겐 '옆집 아저씨'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다. 진 회장은 "누구나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좋아하는 법"이라며 "항상 웃으면서 인사를 하면 직원들은 자연히 믿음을 갖게 된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47년 동안 분규가 한 차례도 없었다. 분규로 인한 불필요한 출혈이 없다 보니 생산 계획도 해마다 착착 진행된다. 최근 회사가 매년 20~25%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엔 분규 없는 노사 화합이 가장 컸다. 비결은 뭘까. 무엇보다 노사가 서로 '받은 만큼 상대방에게 준다'는 기본 원칙에 충실하기 때문이라고 직원들은 꼽는다.
회사는 철저하게 회사 이익에 비례해 직원들에게 나눠준다는 것. 최근 5년간 성과급을 꾸준히 올려주었고 지난해엔 당초 계획보다 100% 오른 '두둑한' 성과급을 지급했다. 또 2003년 9억 원을 출연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법인으로 설립, 근로자들에게 3%의 저리로 지원해주는가 하면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회사에서 매년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3%까지 출연해주고 있다.
노조 또한 받은 만큼 보답한다. IMF 때 자진해서 성과급 150%를 회사에 반납했는가 하면 지난해엔 임단협 전부를 회사에 맡기기도 했다. '칼출근'은 기본, 지금껏 잔업이나 특근을 거부한 적도 없다. 윤 노조 사무국장은 "2003년 태풍 매미가 닥쳤을 때 추석 연휴인데도 지하창고에 물이 고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구 인근에 사는 직원 15명이 곧바로 달려와 밤새도록 물 빼내는 일을 했다."고 회상했다. 자칫 물에 잠길 뻔한 공장을 살려낸 것. '회사가 우리 것'이란 생각이 없으면 불가능한 행동이었다.
진영환 회장은 "직원들이 아침에 눈을 뜨면 가고 싶고 설레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며 앞으로 더욱 노사화합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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