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 91% "한나라당, 뼈 깎는 수술 나서라"

입력 2007-05-01 10:56:18

본사·에이스리서치 대구·경북민 정치의식 조사 결과

대구·경북민들은 이번 4·25 재보궐선거 결과를 어떻게 보고 있고, 최근 심각한 내분에 휩싸인 한나라당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며, 무엇을 요구하고 있을까? 또 주요 대선주자에 대한 선호도와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한나라당, '환골탈태하라.'

시도민들은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원인으로 두 대선주자 간 지나친 내부 경쟁(36.7%)을 가장 먼저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돈 공천 및 공천 잡음(29.6%)을 들었다. 이는 향후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이전투구식' 경쟁이 더 격화될 경우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계속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주목된다.

선거막판 터진 대구 서구의 한나라당 선거법 위반 과태료 대납사건도 참패 원인 중 3위(8.9%)를 차지, 대구의 재보궐선거(서구 시의원과 수성구 구의원 선거 한나라당 후보 낙선)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 시도민의 90.9%, 한나라당 대의원의 90.8%가 한나라당의 내부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반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시도민 4.4%, 대의원 8.3%에 그쳤다. 한나라당이 내분, 부패, 오만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성과 쇄신을 보여야 할 것으로 풀이됐다. 또한 이번 재보선이 대선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66.9%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27.6%)보다 훨씬 높아 재보선을 대선의 전초전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지지도 '추락'

47.2%로 처음으로 50% 이하로 떨어졌다.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지난해 12월 63.3%에서 올해 2월 61.3%, 3월 50.6%로 계속 하락하고 있어 한나라당이 변하지 않을 경우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무당층이 45.0%나 되는 점은 후보자 간 과열경쟁, 돈 공천 및 공천 잡음 등에 실망한 한나라당 지지층이 다른 정당을 택하는 대신 무당층으로 옮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은 국정운영능력(시도민 31.8%, 대의원 38.2%)과 후보의 도덕성(28.2%, 27.4%)을 함께 꼽았고 다음으로는 정책 및 공약(14.6%, 12.4%), 측근이나 가족 비리(10.5%, 8.3%), 재산형성(4.1%, 8.0%) 등이었다. 이는 네거티브 전략이 대선에서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했다.

◆전직 대통령 정치참여는'NO'

시도민의 12.9%가 '바람직하다.'고 대답한 반면 83.6%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업 씨가 이번 재보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연령이 낮을수록(20대 21.0%), 학생층(30.7%)에서 높게 나타난 반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은 연령이 높을수록(50대 이상 88.6%), 주부층(87.4%)에서 높게 나타났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잘 한다.'가 20.3%, '잘못한다.'가 75.3%로 시도민 10명 중 7명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의 1차 조사때에 비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8.3%p 감소했고 긍정적인 평가는 6.6%p 증가했다. 이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심은 이, 당심(黨心)은 박

시도민들은 선호도, 지지도, 당선 가능성에서 모두 이 전 시장의 손을 들었다. 그러나 대의원들은 선호도, 지지도에서 박 전 대표를 높게 보고 있으며 당선 가능성에서도 박빙의 승부를 예상하고 있어 시·도민과 큰 대조를 보였다.

선호도란 현재 대통령 후보 중 누가 차기 대통령감으로 가장 좋은지를 알아보는 것이며 지지도란 내일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할지를 물어본 것이다.

우선 현재 여야 대선후보 8명에 대한 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선호도가 43.5%로 박 전 대표(30.4%)보다 13.1%p, 지지도는 41.6%로 박 전 대표(30.9%)보다 10.7%p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선 가능성에서는 58.7%로 박 전 대표(17.0%)보다 무려 41.7%p나 앞섰다. 그러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1.6%)와 정동영·노회찬·김근태(각 1.1%), 정운찬(0.7%), 원희룡(0.4%) 등은 모두 2% 미만에 머물렀다.

반면 한나라당 후보 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의원의 선호도에서는 박 전 대표가 48.1%로 이 전 시장(31.5%)보다 16.6%p, 지지도는 47.5%로 이 전 시장(31.2%)보다 16.3%p 앞섰으며 당선 가능성은 이 전 시장이 42.0%, 박 전 대표가 4.4%p 낮은 37.6%로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지지층 충성도는 이 전 시장이 견고

이·박 간 선호도 격차는 대구가 10.9%p로 지난 3월 조사(16.2%p)보다 줄어든 반면 경북에서는 15.2%p로 지난 3월(9.4%p)보다 더 벌어졌다. 이는 이 전 시장의 선호도가 대구에서는 하락하고 경북에서 상승한 반면 박 전 대표는 대구·경북 모두에서 하락한 결과이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특이한 점은 이 전 시장 지지층의 충성도가 박 전 대표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현재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 가능성과 관련, 이 전 시장은 바꿀 생각이 없다(52.6%)가 그렇지 않다(45.1%)보다 7.5%p 높게 나타난 반면 박 전 대표는 바꿀 생각이 없다(47.7%)가 그렇지 않다(49.5%)보다 1.8%p 낮아 대조를 보였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이 더 견고한 충성도를 보이고 있다는 통념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한나라당 경선 키는 '당심'

시도민 10명 중 3명 이상(35.2%)이, 대의원 10명 중 8명 이상(85.7%)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당심이 경선의 '키포인트' 역할을 할 수있다는 대목이다. 경선시 대선 후보 선택 기준은 리더십(34.4%)과 도덕성(28.3%)을 함께 꼽고 있고 있고 한편으론 경선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82.2%)고 우려하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un316@msnet.co.kr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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