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이소! 2007 경북방문의 해] ⑮영양 문학기행·청송 옹기체험

입력 2007-05-01 09:02:35

1. 청송 주산지 2. 주왕산의 명물 제1폭포로 가는 길목 3. 이문열씨 생가 4. 전국 최대 규모의 자생화 공원과 그 한쪽에 자리한 장승들 5. 주왕산 트레킹 코스로 올라가고 있는 관광객들.
1. 청송 주산지 2. 주왕산의 명물 제1폭포로 가는 길목 3. 이문열씨 생가 4. 전국 최대 규모의 자생화 공원과 그 한쪽에 자리한 장승들 5. 주왕산 트레킹 코스로 올라가고 있는 관광객들.

떠난다는 건 무척이나 설레는 일이다. 사람들이 여행을 동경하는 이유는 아마 일탈 자체에서 오는 짜릿함이 가장 크지 않을까? 단조로운 일상에서 잠시라도 단절되고 싶은 바람,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 미지의 세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낯섦이 바로 여행의 이유이자 기쁨일 것이다.

그러므로 여행은 계획 없이 떠날수록 좋다. 즉흥적일수록 감흥이 크고, 갑작스러울수록 오래 기억된다. 꼼꼼하게 계획하고, 충분한 정보를 얻고 난 후 출발한다면 낯섦과 설렘은 반감되고 만다.

이번 주 '어서오이소?'에서는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나고 싶을 때 갈 만한 곳을 추천한다.

키가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나도 모르게 키가 커진다고 했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짧게 다녀오더라도 찬찬히 돌아보며 자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곳들이다. 제철 과일처럼 '반짝' 빛을 내고 마는 게 아니라 사시사철 언제 가더라도 본전은 뽑아올 수 있을 것이다.

청송, 푸른 솔 향기 사이를 걸어본다.

입 속에서 가만히 되뇌어 보면 푸른 바람소리가 입가에 맴도는 듯하다. 청송은 그 이름처럼 무척이나 공기가 청명하다. 곳곳에 가득 들어선 소나무 덕이다. 공기 좋은 곳 1위로 환경부로부터 인정받은 곳이다. 배낭 하나 둘러메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서면 시원한 청송의 향기가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영화 '봄여름가을 그리고 겨울' 촬영지 주산지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주왕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주산지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했던 곳이라 이미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다. 말만 듣고 아직 가보지 못했다면 꼭 한번 가보기를 권한다.

주산지는 조선 숙종 때 만들어진 인공호수(길이 100m, 너비 60m, 수심 8m)로 300년 동안 물이 마른 적이 없다고 한다. 물속에 뿌리를 두고 올라온 30여 그루의 왕버들 고목은 신비로움을 넘어서 몽환적인 기분까지 들게 해 마치 딴 세상에 온 듯 착각에 빠진다.

아침 일찍 나서서 물안개가 핀 주산지를 만난다면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동승이 보여준 삶과 윤회의 진리를 오롯하게 담아올 수 있는 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워낙에 유명한 곳이다 보니 지난 주말에도 삼각대 없이 카메라를 찍는 게 민망할 정도로 많은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색색이 옷 갈아입는 주왕산국립공원

아마도 학창시절에 주변에서 주왕산의 얼음계곡이나 단풍놀이를 계획하는 모습을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그만큼 유명한 절경을 자랑하는 주왕산이다. 그러나 "한번 가봤으니 됐지…."라고 넘기기엔 좀 아깝다. 기자 역시 지난 주말 오랜만에 주왕산을 다시 찾았다. 오전 10시의 산과 10시 30분의 산이 달랐다. 한번 떨어진 햇빛이 같은 곳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산은 매 시각 다른 그림, 다른 빛깔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본디 자연이란 완벽한 것이니…." 말 한마디로 끝내기엔 그 수많은 초록빛에 자신도 모르게 미안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발 720m로 비교적 낮은 편이며 산길도 아주 평탄하고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초보자(어린아이까지)도 전혀 무리 없는 트레킹코스를 갖고 있다. 매년 5월 초에 주왕산 수달래제가 개최되는데 이때 돌아본다면 물 위에 떠있는 분홍빛 수달래를 맘껏 볼 수 있을 것이다.

청송 전통 옹기체험장

청송에 왔다면 각종 체험장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25호로 지정된 이무남 옹기장이 직접 운영하는 체험관에서 전통 옹기제작법을 배워볼 수 있다. 진보면 진안리에 위치한 이무남 옹기장의 체험장에서는 본인이 직접 만든 옹기를 집으로 택배 운송해 주기도 한다. 약간의 비용만 부담하면 장인의 향기를 집까지 얻어갈 수 있는 기회다. 문의는 청송군 문화관광과로 하면 된다.

문학이 꽃피는 마을, 영양

영양은 '육지 속 섬'이라 불릴 만큼 오지 중의 오지다. 그 깊은 산 속에서 반딧불을 밝혀두고 책 읽던 선비가 많았던지 유난히 문인들을 많이 배출한 한국문학의 성지가 또한 영양이다. 마을 곳곳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고요한 가운데 소박한 사람들의 잔잔한 삶이 물결치듯 다가온다. 영양에 온다면 무엇보다 주실마을, 두들마을 등을 방문해보길 권한다. 지금은 아직 복원 중이라 완전하진 않지만 곧 문학마을로 이름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주실마을은 대표적 한국 현대시인인 청록파 조지훈(1920~1968)이 나고 자란 곳으로 한양 조씨 집성촌이다.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 조지훈의 생가인 호은종택(경북 기념물 제78호) 및 옥천종택, 월록서당 등을 둘러보는 것이 방문 코스다. 지훈 문학관은 보수 중으로 금년 5월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주실마을 한쪽 끝에 마련된 조지훈 시공원에서 주옥 같은 그의 시들이 새겨진 나무계단 길을 따라 걸으며 문학의 감성에 한껏 빠져보는 것도 빼놓지 마시길.

두들마을은 소설가 이문열이 나고 자란 곳으로 재령 이씨 집성촌이다. 여기서도 또한 관광객들을 기다리는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 석계고택(경상북도 민속자료 제91호), 석천서당, 이문열이 문학도 양성을 위해 전통한옥으로 건립한 광산문학연구소 등을 둘러보라. 소설 '그해 겨울', '금시조', '영웅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에 등장한 이문열의 여러 작품 속 배경 무대를 직접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야생화가 만발한 일월산 자생화공원

이름에서부터 뭔가 수수께끼와 신화를 많이 품고 있을 듯한 일월산.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와 달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산이라 하여 일월산이라 불린다. 영험한 기운이 온 산에 퍼져 있다고 전해 내려오고 음기가 강한 산이라 해마다 많은 무속인들이 찾아와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무속인들은 자신의 영험함이 빛 바랬다 싶으면 언제든 일월산 중턱의 움막에서 기도하며 신기(神氣)를 얻어간다고 한다. 영양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왼쪽으로 해발 1,218m의 우뚝 솟아 있는 일월산을 볼 수 있다.

일월산 끝자락 아래 자리 잡은 자생화공원은 2001년 영양군이 폐광지역을 매립해 조성한 전국 최대 규모의 야생화공원이다. 일월산 일대에서 자생하는 금낭화, 꽃향유, 일월비비추, 벌개미취 등 야생화들과 나무, 습지가 조성된 곳으로 5, 6월이면 만발한 야생화들을 가장 잘 볼 수 있다고 한다.

김희정기자 jjung@msnet.co.kr

* 이번 주 여행 코스 : 영양 문학기행1 주실마을 조지훈 생가 방문-일월산 자생화 공원-봉강모전 오층석탑 답사(국보 제187호)-영양 문학기행2 두들마을 이문열 생가-청송 주산지, 주왕산 국립공원-전통 옹기 만들기 체험

* '어서 오이소' 다음(5, 6일) 코스는 '흙내음 가득한 의성 농촌체험마을 여행'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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