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려도 못산다는 좌절감…자본주의 총 겨눈 위험요소
미국이 공포에 떨고, 한국이 치욕에 울고, 세계가 경악한 버지니아 공대 총기사건은 문자 그대로 충격적인 사건이다. 병아리 한 마리도 죽이기 어려운데, 어찌하여 100발이 넘는 쌍권총을 쏘며 32명을 사살하고 19명을 다치게 한 후 스스로 목숨을 거둘 수 있을까.
조승희는 이민 가기 전 어린 시절에는 말수는 적었지만 운동 잘하고 공부 잘하는 똑똑한 아이였다고 한다. 내성적인 성격의 조승희는 인종 설고, 풍속 설고, 언어 틀리는 이국에서의 생활을 감당하기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주위의 따돌림과 놀림은 그를 더욱더 고립시켰다. 맞벌이하는 부모는 고독한 그를 상대해 줄 시간이 없었다. 대학에 들어간 한창 나이의 그는 세상 보는 눈이 점점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23세 한창 나이에 그를 감싸주고 위로해 주며 사랑해 줄 이성마저 없었다. 점점 더 외톨이가 되었고 마침내 정신이상 징후까지 나타났다.
부모는 이민와서 접시닦기와 청소, 세탁소 종업원 등 밑바닥 인생 길을 걸어오면서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지만 가난한 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부유층에 증오심을 가졌을 것이고 타락한 그들의 사생활에 분노했을 것이다. 이것이 원한과 파괴로 이어졌다.
동영상을 통해 "내가 이 일을 저지르는 것은 네 덕분이다. 약자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서다."라고 한 말을 봐도 그렇다. 민족적 편견이나 인종갈등은 없었다.
필자도 지난날 시골에서 대도시로 나와 보니 다같은 한국 땅덩이에 도시와 농촌이 왜 그렇게 차이가 났는지 이해 못해 한때 고민한 일이 있었다. 그때는 그래도 노력만 하면 자수성가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지금은 그마저 어려워졌다.
에디슨이 말한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 아니라, "성공은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느냐"에 따라서 판가름난다. 젊은이에게 희망을 앗아가는 것보다 더 비참한 것은 없다. 그 같은 것들이 내성적인 성격의 조승희를 더욱더 외톨이로 만들었고, 마침내 엄청난 비극을 저지르고 말았다.
198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참사도 사회에 대한 불평불만자가 '나 혼자 죽기 싫어서' 저지른 비극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비극이 지금도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극심한 취업난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 100만 청년실업자가 결혼도 못하고 사회 불평불만자가 되어 방황하고 있다.
지난해 1만 4천600여 명이 자살했다. OECD 국가 중 최고이다. 계층 간의 단절이 심각하다. 빈부, 학력, 출신지역, 정치성향, 종교, 나이, 취미가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가 불편하다고 한다.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노총각 노처녀로 늙어갈 수밖에 없다. 동남아 여성이 밀려오고, 외국근로자가 밀려온다.
아이를 마음 놓고 학교에 보낼 수 없고 밤거리 다니기가 불안하다. 도둑 때문에 문을 이중삼중 자물쇠로 채워도 불안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옷을 입어도 마음의 불안은 점점 더하기만 하다.
재벌의 자식은 태어나자마자 재벌이 되어 있고, 가난한 자의 자식은 평생 그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다. 가진 자는 점점 더 많이 가지게 되고, 가난한 자는 점점 더 가난하게 되는 사회이다. 중산층 없는 양극화 사회는 보이지 않는 활화산이다.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조승희 사건을 우리는 깊이 되새겨야 한다. 그것은 멀리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눈앞에도 와있다. 공산주의가 왜 망했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다 같이 잘 먹고 잘살자는 주의가 다 같이 잘 먹고 잘살지 못했기 때문에 망했다. 독재자와 권력자만 잘살고 민생은 도탄에 빠졌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살지 못할 때는 자본주의도 망한다. 모두가 '사'(師·士·事)자 직업을 가지려하고, 모두가 사장이 되고, 국회의원 ·장관이 되려고 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되어야 '제2의 조승희'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송일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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