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실습하였던 미국의 영재 학급에서는 학년 초에는 '영재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주제로 촌극을 통해 각자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러한 활동은 가정과 학교에서 영재로서 바람직하게 적응하기 위한 간접적인 체험 기회가 된다. 또한 영재의 탁월한 성취가 지속되게 하기 위해 교과 속진이나 학년 속진에 관한 상담 교사의 조언도 병행된다. 특히 미성취 영재, 우울증 및 정서 장애의 문제를 지닌 영재, 그리고 ADHD 증세를 보이는 영재의 경우에는 보다 전문적인 상담치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도록 기회가 제공된다. 수학에서 우수한 성취를 나타낸 학생이라면, 과목 속진을 적용하여 한두 학년 앞선 학급에서 공부할 수 있게 배려한다. 특정 과목에서 기능이 부족하다면 한 단계 낮은 학년에서 공부할 수 있게 배치한다.
영재들은 지적 탁월성에 가려져 정서·사회적 적응상의 문제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기 쉽다. 영재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숨겨진 재능을 찾아 탁월성을 나타내게 하는 데는 상담 지도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영재를 위한 상담은 학업 성취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서적 적응상의 문제를 해결하여, 바람직한 교육적 성장을 이루도록 돕는 활동이다. 영재로 선발된 학생들이 역할극을 통하여 영재이기 때문에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나 적응상의 문제점을 역할 놀이 활동을 통해 경험하고 토론하게 하거나 고르지 못한 교과 성적과 진로의 문제와 관련하여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이런 사례에 해당된다.
상담 전문가들은 영재는 그들의 영재성에 관련된 독특한 사회·정서적 문제를 갖게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영재 학생의 부모들은 학교가 자녀들의 교육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적합한 교육적 도움을 제공해 줄 수 없을 때 역할에 대한 혼란과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 점에 영재 자녀를 둔 학부모 교육과 상담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영재 학생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살피고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함께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갖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같은 지적 발달과 사고 특성을 보이는 영재를 대상으로 한 집단 상담이 도움이 된다. 집단 상담은 서로 간에 겪을 수 있는 어려움과 그 해결 방법을 탐색해 볼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단순히 그냥 모여 앉아서 감정과 가치를 나누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집단 상담은 영재 집단과 집단의 역할을 잘 알고 있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상담의 과정에서 '영재 학생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탐색하고, 부모나 교사 또는 또래들의 자신들에 대한 요구를 바르게 인식하게 된다. 영재 학급에서의 활동과 일반 학급에서의 활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그리고 학교에서 영재이기 때문에 쉬운 점과 힘든 점은 무엇이 있는지를 살필 수 있다. 이러한 상담 과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영재로서 바른 정체감을 형성하고, 올바른 지적 발달을 이루며, 효과적인 인간 관계 기술을 학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보다 효율적으로 영재를 돕기 위해서는 영재 자녀를 둔 가족 상담도 필요하다. 부모 상담을 통해 주로 다루게 되는 문제들은 학교 문제, 양육상의 문제, 사회·정서적 문제들이다. 자녀의 적성을 인식하고, 학습 특성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의 선택, 학급 배치, 또래 관계 형성, 가정에서의 형제 자매간의 문제, 스트레스 다루기, 재능 분야로의 진로 문제에 대하여 학부모로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가 다루어질 수 있다. 영재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이러한 상담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영재가 직면할 문제의 해결과 예방, 그리고 바람직한 발달을 돕기 위해서는 우리의 상담실 문이 보다 낮아져야 하고, 교육적 조력을 제공할 영재 전문가의 도움을 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가정의 달 오월을 맞이하면서 자녀의 작은 재능이라도 감사하고, 그것이 바르게 싹틀 수 있도록 격려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우동하(영주 봉현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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