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조폭간 폭력…조직 떠난 '향촌동파' 육성 진술

입력 2007-04-30 09:48:25

이탈자는 배신자 낙인…옛날 '가족'들이 만나면 둔기 세례

조직을 이탈한 전직 조직폭력배들이 위협받고 있다. 조직으로부터는 '보복폭력 대상'이 되고 경찰로부터는 과거의 전력 때문에 '관리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 한 번 폭력조직에 몸을 담으면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셈이다. 신분을 밝힐 수 없는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사건을 되짚어 봤다.

◇사건1=4월 20일 오후 5시쯤. 지금은 조직(향촌동파)을 떠난 형님의 아기 돌잔치가 대구 한 빌딩 지하에서 열렸다. 1년 전쯤 조직을 함께 떠난 A씨와 오후 6시쯤 찾아갔는데 그 자리에 현재 향촌동파 조직원 십수 명이 있었다. 우리 일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아 곧 자리를 떴고 인근 사우나로 향했다. 검은색 승용차 4대가 따라왔다. 갑자기 20여 명이 내려 둔기를 휘둘렀다. 왜 그러는지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욕도 안 했다. 그야말로 조용한 폭력이었다. 이를 목격한 한 시민이 신고했는지 경찰이 왔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이 '사건화'하자며 사건의 전말과 당시 상황을 묘사하는 진술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그래도 예전에 함께 지내던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사건2=그 일이 있고 며칠 뒤인 27일 0시 30분쯤. A씨와 대구 수성구 한 횟집에서 1차를 마치고 근처에 있던 한 꼬치구이집에 들어갔다. 마침 옆 식당에 조직원 2명이 앉아 있었다. 우리를 본 한 명이 식당 밖으로 나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나머지 한 명이 "왜 후배들을 학교(교도소)에 보내느냐?", "왜 경찰에 씹냐(찔렀냐)?"고 따지다가 갑자기 주먹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당했다. 승용차 몇 대가 더 왔고 20여 명이 차에서 내린 것 같다. 야구방망이와 3단경찰봉을 휘둘렀다. 대부분 아는 얼굴들이었고 후배들이었다. 인근이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차가 몇 대 왔지만 경찰은 이들을 말리지 못했다.

◇주장=경찰은 이 사건을 향촌동파에서 이탈해 새 조직을 만들려는 '신파'와 '구파'의 내부갈등 또는 세력다툼으로 보고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향촌동파가 1년 6개월 전쯤 '약(히로뽕) 하는 친구들'을 조직에 넣으려고 했다. 이들은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에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판단했다. 보스도 건설 쪽 일을 하며 큰돈을 벌고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후배들을 예전처럼 제대로 돌봐주지 않았다. 그 뒤 20여 명이 조직을 빠져나왔다. 빠져나온 우리는 다 함께는 아니었지만 일부가 한번씩 모였다.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자는 얘기가 오고간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 술집이나 식당 등 자영업을 하면서 열심히 또 바르게 살아보자고 마음먹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심정=지금 조직에서는 우리가 '눈엣가시'다. 조직을 배신했고 힘을 약화시킨 장본인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런 사건들도 '대구에서 살지 말라.'는 경고로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가족들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십수 년간 한솥밥을 먹었는데 도대체 이럴 수가 있는가. 우리에게 둔기를 휘두른 친구들도 모두 조직의 선·후배로 안면이 있다. 가슴이 답답하다. 원망스럽다. 경찰은 건수를 올리기 위해 우리를 '한통속'으로 보고 있고 그런 쪽으로 수사를 하려고 하는 눈치다. 수사기관에서 우리의 실체와 현실을 정확히 알아주길 바랄 뿐이다. 엄정한 수사를 요구한다.

◇경찰수사=경찰은 이 사건을 조직내 갈등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폭행사건을 수사한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0일 향촌동파 행동대원 A씨(35) 등 3명을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관련자 10여 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마약투약 등으로 조직에서 축출됐던 B씨(37)를 조직에 재가입시키려는 등 두목 C씨(45)의 조직운영에 불만을 품은 조직원 20여 명이 조직에서 이탈해 신파를 결성하자 신·구 계파로 분리돼 대립하던 중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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