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일본 총리가 27일 미 의회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고 한다. 비공개로 진행돼 아베 총리가 정확히 어떤 표현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의회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영어에서 흔히 쓰는 '미안한 느낌(sense of apology)이 든다'와는 다른 용어로 통역됐다고 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10여 명의 상하원 지도자들은 그의 애매모호한 표현을 듣고 본격적인 사과로 받아들이길 주저했다고 의회 관계자는 전했다. 도무지 그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의미를 짚어보는 토론도 벌였다는 것이다.
현재 101명의 미 하원의원들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에 대해 지지 서명하거나 약속한 상태다. 따라서 미 의회 지도자들은 일본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떤 수준의 책임 있는 사과 발언을 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아베 총리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의회 지도자들이 이날 대면에서 '진정성이 담긴 사과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베 총리가 기존 사과 표현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발언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공식 사과할 뜻이 없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일본계 대니얼 이노우에 상원의원이 지난 3월 이례적으로 하원에 서한을 보내 결의안 처리 자제를 요구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움직임이다. 그는 서한이 공개되지 않도록 철저한 비밀 유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아베 총리의 사과에 아무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것은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까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마지못해 개인적인 유감 표명이나 사과는 했을지언정 일본 정부가 법적으로 책임을 질 만한 일을 했다는 표현은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의 발언은 '일본 정부가 직접 강제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이 없으며 진정으로 사과할 뜻도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피해 여성과 관련 국가들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일본 정부가 아시아 여성들을 강제로 연행해 큰 고통을 안긴 데 대해 책임이 있고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표현이다. '누가 어떤 방식의 행위로 피해를 입힌 데 대해 죄송하다'는 알맹이가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일본 정부의 책임 소재를 요리조리 피해가는 일본식 造語(조어)나 巧言(교언)을 듣자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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