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따뜻한 햇살만이 가득한 봄날에 경산 학교 가는 길목에 고산딸기밭이 유명했다. 버스를 내려 신작로 길을 지나 오솔길로 접어들면 온통 딸기밭으로 가득했다. 지금처럼 비닐하우스 속도 아닌 흙 냄새 가득한 곳, 푸른 잎 사이로 몸통을 드러내고 있는 딸기들, 그곳에는 원두막도 있었다. 딸기 하면 생각나는 친구들의 얼굴, 젊은 날 추억의 앨범에 숨어있던 빛이 바랜 몇 장의 스냅사진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우리는 학교수업을 땡땡이치고 고산딸기밭으로 달려갔다. 우르르 딸기밭으로 가서 딸기를 사면 주인아주머니께서 딸기를 씻어서 원두막으로 가져다주셨다. 원두막에 올라앉아 있노라면 정말 세상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원두막에서 4명의 여학생들은 재잘재잘거리며 장래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각자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0년이 지난 지금 그곳은 이제 키만 훌쩍 커버린 아파트촌으로 변해버렸다. 요즘도 그곳을 지날 때면 옛 생각에 젖어 없어져버린 그 딸기밭이 그립다. "어쩜 이리도 곱노." 하시면서 우리들을 반겨주시던 그 딸기밭 아주머니는 이젠 할머니가 되어 버렸겠지. 어쩜 저 아파트 어딘가에 살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봄과 함께 찾아오는 딸기를 먹노라면 옛 생각에 나 혼자 빙긋이 미소 짓곤 한다. 서울로 시집간 3명의 친구들은 이 봄날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친구야! 너희들도 딸기를 보노라면 원두막의 추억을 떠올리겠지?'
곽경희(대구시 달서구 이곡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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