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캔버스는 한국화의 전통"
"너희는 절대 나처럼 그리지 말라고 했다."
현송(玄松) 정치환(65·사진) 영남대 교수의 말이다. 정년퇴임을 앞둔 정 교수가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6~10 전시실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교수로서는 마지막 전시회이기에 조금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1974년 계명대 강사 시절부터 영남대에서 퇴임하기까지 33년 세월 동안 가르쳤던 제자 가운데 100여 명과 함께 정년퇴임 기념전을 꾸몄다.
그리고 '현송 정치환 교수 정년기념 사제전'이란 이름을 붙였다. 정 교수의 평소 가르침 때문일까 그의 제자들이 펼쳐낸 우리 수묵의 세계는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다. 전통 수묵화가 있지만 저마다 변화를 주었고, 현대화한 수묵채색화는 형형색색을 자랑한다.
퇴임 뒤에도 "그동안 교직 생활로 바빠서 하지 못했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볼 것"이라고 다짐할 정도로 항상 실험성을 강조하는 정 교수이기에 이는 아마 다양한 결과일는지 모른다. 이번에 선보이는 정 교수의 작품 면모를 살펴보면 이런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미술평론가 장미진 씨에 따르면 정 교수는 1970년대 한국화의 전통적인 화법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동시대 감각과 정신을 수묵 속에 실어내는 모색기의 작품을 거쳐, 80년대 초에 들어 하늘과 땅의 근원에 대한 사색과 명상을 통해 만물 생육의 근거와 그 골격을 드러내는 작업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노력은 90년대에도 지속돼 청산의 맥과 기운을 옮기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녹색 공간'이 주로 등장한다. 정 교수는 이에 머무르지 않고 90년대 후반부터는 묵필의 흔적을 통해 마음으로 느끼는 우주 경계의 울림들을 직관적인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해방 후 한국화단의 제2세대로서, 한국화의 정체성 인식과 현대화를 위해 고심해온 대표적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그의 궤적이다. 물론 오늘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한국화 풍토가 척박했다."고 할 정도로 우리 화단에서 한국화의 몫이란 미미했기 때문이다.
한 번씩 찾아간 광주나 전주 등 전라도에서 한국화가들이 대접받던 일을 떠올린 정 교수는 "그래도 요즘은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 같은 2세대 작가들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왔기에 한국화의 전통이 이어져 왔다."고 자부했다. 그래서 전시장을 같이 꾸며주는 제자들에게 "한국화의 정체성은 한국 미술의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다. 우리(한국화가)는 그 전통을 공부하고 이어왔다. 현실이 힘들어도 묵묵히 열심히 하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다."라고 말한다.
정 교수의 제자 김정숙 씨가 지적한 대로 "흥선대원군이 회혼(回婚)의 해인 72세에 이르러 표현과 기량이 절정에 이르게 됐다."면 정 교수도 이제 못다한 '실험 정신'을 마음껏 펼칠 날이 적어도 10년 이상은 보장된 셈이다. 정 교수는 그 시간을 '10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팔공산 작업실'에서 보냈으면 하는 꿈이 있다.
정 교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생각만큼은 잘 안 풀린다."면서도 '제자들이 힘들 것'이라며 전시회 경비의 대부분을 부담하기도 했다. 정 교수의 제자들이 선뜻 전시회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011-9566-3045.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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