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도 환한 봄날
이종문
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浩然亭 대청마루를 자질하며
건너간다
우주의 넓이가 문득, 궁금했던 모양이다
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浩然亭 대청마루를 자질하다
돌아온다
그런데, 왜 돌아오나
아마 다시 재나 보다
시를 뜻만으로 읽는 것도 그렇지만, 재미만으로 읽는 것은 더욱 딱한 노릇이지요. 뜻과 재미를 아우르는 데서 시를 읽는 참맛이 생겨난다면, 이 작품은 하나의 전범이 될 만합니다. 기발함이 기발함을, 단순함이 단순함을 넘어서는데요. 재치와 관찰력 따위로 적당히 얼버무릴 수 없는, 어떤 현현함이 거기에 있습니다.
자벌레는 이름 그대로 온몸이 자지요. 어디건 몸이 닿는 순간 자질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게 다 우주의 넓이에 대한 궁금증 때문인 줄은 미처 몰랐군요. 아무 데나 자를 갖다 대기는 시인 또한 한 맞잡입니다. 예도옛날부터 저 삼라만상에 시인의 자가 닿지 않은 것이 어디 있던가요?
浩然亭(호연정)의 '浩然'이 또 아주 격에 맞는 상상의 공간을 내어줍니다. 일부러 겨를을 내어서라도 그 대청마루를 찾아 볼 일입니다. 누가 압니까? 게서 혹 활연 대오한 '척확거사'라도 만날는지….
박기섭(시조시인)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TK를 제조·첨단 산업 지역으로"…李 청사진에 기대감도 들썩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