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복무 부대 중대장 대구까지 찾아와 장기 선뜻 내놔
그냥 이렇게 죽는가보다 했지요. 한평생 베풀며 살지도 못했는데…. 마흔을 갓 넘긴 제 신장은 살만큼 살았다고 고장나버렸지요. 군 복무 중인 아들 재원(22)이가 제대할 때까지만 살아 있자고 이 악물고 버텼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아들이 지 어미 살리겠다고 그렇게 버둥댔는데 저는 정말 큰 복을 받게 됐답니다.
혈액형이 달라 어미에게 신장 이식을 해 줄 수 없는 제 아들의 소식을 접한 군부대 중대장님(25)이 제게 선뜻 신장 이식의 뜻을 전해오셨지요. 처음엔 그 뜻을 도저히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젊디젊은 분의 앞길을 차마 막을 수가 없었지요.
지난겨울에는 부대에서 헌혈증서 27장을 보내왔습니다. 어미 걱정에 뜬눈으로 지새우는 제 아들을 보고 중대장님이 부대원들의 헌혈 증서를 모두 모아 집으로 보내준 것이었지요.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이 착한 청년의 마음 씀씀이가 살아야 한다는 의지를 더 강하게 만들었지요. 제가 낳은 자식이 아니지만 중대장님은 친아들처럼 느껴졌습니다. 재원이는 휴가 나올 때마다 중대장님이 보내는 편지를 함께 가지고 왔지요.
4년 전 제가 신부전증 판정을 받았을 때 재원이는 대학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매달 수십만 원씩 들어가는 병원비를 댈 방법이 없었지요. 대학을 포기한 채 병원에서 병수발을 했던 재원이는 언제나 절 업고 다녔습니다. 치료를 시작하면서 몸무게가 30㎏이나 빠진 제 몸을 보며 재원이는 고개 돌려 눈물을 훔치기도 했지요. 짐짓 못 본 체했지만 제 가슴 역시 무너졌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재원이를 대학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퇴원을 한 후 복막투석을 시작하면서였지요. 다리에 힘이 없어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었지만 재원이를 밀어내다시피 하며 공부하러 보냈습니다.
아들의 빈자리는 남편이 대신 채워주었지요. 사람 좋고 술 좋아하는 남편은 만점 주부의 역할을 해내고 있지요. 공사장일 안 나가는 날엔 집안 청소며 음식 장만, 빨래까지 모두 도맡아 하는 공처가입니다. 아들과 남편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전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겁니다.
21일 오후 3시 대구 서구 비산동의 김향제(43·여) 씨 집엔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와 있었다. 이제껏 편지로만 인사했던 박기철 중대장이 대구를 찾은 것. 김 씨의 아들 최재원 병장도 이날 군 부대의 도움으로 휴가를 얻어 집을 찾았다. 전남 장성군에서 대구까지 버스를 갈아타며 4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온 중대장은 김 씨를 보자마자 덥석 손을 잡았다. "어머니, 신장 이식 수술하고 나면 건강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김 씨는 눈물을 떨구었다. 중대장의 오랜 설득으로 신장 이식을 결심하게 된 김 씨는 그러나 더 큰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동안의 치료비도 다 대지 못한 김 씨의 가족에겐 신장 이식 수술비 2천만 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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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 이웃사랑 취재에 협조해 주신 '국군지휘통신사령부 2통신단 57정보통신지원대대'에 지면을 빌려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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