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시평] 소방방재엑스포의 의미

입력 2007-04-25 08:58:12

24일부터 27일까지 대구엑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2007 소방안전엑스포' 는 국내외 방재산업의 발전 수준을 가늠케 해준다. 화재는 물론 지진과 여타의 자연적, 인공적 재난을 사전에 탐지하고 경보하는 장비를 비롯해 구난구조 관련 첨단 방재 IT 장비, 응급의료 장비, 첨단 소방차, 유무선 통신 및 설비장비 등이 선보이고 있다. 첨단 방재기술의 집적물이라 할 다양한 품목별 전시장을 둘러보며 나는 마치 재난 없는 천국에서 살 것 같은 무풍지대 대구를 꿈꾸게 된다.

방재에 관한 우리들의 인식은 대체로 장비를 비롯한 하드웨어에 머물러 있다. 전통적으로 견고한 댐은 홍수를 막아 줄 것으로 믿었고 내연재는 화재를 불가능하게 할 것으로 생각하여 왔다. 첨단의 경보장치는 지진이나 해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믿어왔지만 인류가 경험한 재난의 역사는 그러한 기대를 번번이 저버렸다. 그 믿음 뒤에 치러진 대가가 너무나 참담하고 처참하였던 것이다.

기술직으로 조직된 우리의 방재행정 체제와 국립방재연구소는 방재의 중심축을 공학적 연구에 두고 있다. 물론 부정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하드웨어 중심의 방재접근 방식은 현대사회의 급진적인 기술발전으로부터 기인되는 인위적 재난과 환경이변이 가져온 가공할 만한 대규모의 자연재난을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관리체계의 개발과 시민 방재의식의 향상 등 소프트웨어 지향의 방법론을 병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방재에 완벽이란 없다. 재난관리는 대단히 복합적이고 상호의존적이어서 방재의 무한 책임자인 정부의 힘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시민의 의지와 노력이 결부되어야 하고 여기에 선진화된 방재산업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양질의 방재서비스를 제공할 책무가 있는 반면 시민은 안전복지를 누릴 권리가 있다. 방재행정은 다른 행정영역에 비해 그 성격이 특별하다. 방재행정은 소비자인 시민이 일방적인 행정 수혜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행정 참여자로서의 역할도 요구된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재난이 발생하면 그 현장에 있는 개인은 자기 스스로 구조자가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자원 봉사활동을 수행하기도 해야 한다.

그러므로 파우라 고돈(P Gordon)이 말했듯이 시민은 방재관리자인 동시에 방재소비자로서 그 양면성을 띠는 복합적인 역할을 기피할 수가 없다. 또한 일상 속에서 재난의 잠재 원인을 감시하고 탐지한다든가 방재행정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일도 시민의 몫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수혜자의 능동적인 노력이야말로 양질의 방재행정 서비스를 공급받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오랜 농경문화에 길들여진 우리는 재난을 두려워하면서도 다른 한편 그 재난을 숙명처럼 받아들여 왔다. 또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생산 중심의 능률논리를 안전을 염두에 둔 경계성의 논리보다 앞세웠다. 그리고 경계성의 논리는 마치 생산을 지체하게 하는 방해 요인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종래 우리 사회를 지배하던 우선적 가치는 식량 증산을 비롯한 경제적 욕구에 급급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안전과 문화에 대한 욕구로 그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건 매우 자연스럽고도 절실한 현상이다.

이번의 방재안전엑스포는 방재산업의 국제교류와 미래 산업으로서의 가능성 등 성과와 함께 방재문화의 저변을 구축할 범사회 혁신프로그램을 이끌어내야 한다. 우선 다음의 두 가지는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사회교육 기회를 다양하게 개발하여 시민 방재 인식수준을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기적인 주민훈련으로 방재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일이다. 9·11사건 이래 미국 비상관리청 교육원(EMI)은 일반 시민을 위한 on-line 방재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다. 또한 재난 현장에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사회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득도록 하는 행동 매뉴얼이 잘 짜여져 있어 언제 닥칠지 모를 재난에 대비토록하고 있다.

우리의 방재산업은 선진국 수준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지만 시민 방재문화의 두께가 그에 미치지 못함이 안타깝다. 대구에서 그 횟수를 거듭하는 방재안전엑스포가 우리의 방재산업과 시민, 그리고 정부가 삼위일체가 돼 시너지를 창출하면서 방재문화의 기반층을 築城(축성)해 나가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믿는다.

김정식 3사관학교 교수(경북도 재난관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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