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배를 매다
장석남
마당에
녹음 가득한
배를 매다
마당 밖으로 나가는 징검다리
끝에
몇 포기 저녁 별
연필 깎는 소리처럼
떠서
이 세상에 온 모든 생들
측은히 내려보는 그 노래를
마당가의 풀들과 나와는 지금
가슴속에 쌓고 있는
밧줄 당겼다 놓았다 하는
영혼
혹은,
갈증
배를 풀어
쏟아지는 푸른 눈발 속을 떠날 날이
곧 오리라
오, 사랑해야 하리
이 세상의 모든 뒷모습들
왕벚나무, 살구나무 몸살 앓듯 화사하게 꽃 피어 있더니 어느새 녹음이다. 참 속절없다. 그런데 이 시인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마당에 배를 맨다고? 한번 따져보자. 녹음을 싣고 있는 배라면 나무가 아니겠는가. 잎사귀 무성한 마당가 나무에 눈길을 뗄 수 없다는 말이 되겠다. 불길 번지듯 타오르는 저 생명의 황홀, 그러나 언젠가는 저 잎들도 "배를 풀어" 떠날 날이 오리라. 때는 저녁 어스름, 일찍 뜬 별들이 "풀포기처럼" 듬성듬성 반짝이고 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저녁별의 모습을 "연필 깎는 소리처럼" 떠 있다고 표현하는 절묘함. 그 별빛은 마치 누군가의 측은한 눈빛으로 느껴진다. 왜? 마당가의 풀들이나 나나 저 나무, 무릇 모든 생명 가진 것들은 언젠가 이곳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영혼은 늘 갈증에 시달리는가. 하지만 우리는 사랑해야 하리, 이 생을 마감하고 돌아가는 그 "뒷모습"까지도.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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