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물러설 순 없습니다."
까까머리 고교생들이 세계 럭비 강국의 청소년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기 위해 일본 원정에 나선다. 지난해 대통령기럭비선수권대회 고등부 우승, 2007 전국춘계럭비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경산고(교장 편장군) 럭비부원 31명이 그들.
경산고 럭비부는 29일부터 5월5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2007 사닉스 세계청소년럭비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로 나선다. 5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각국 단일팀이 참가하는 대회로 이번에는 경산고와 일본 랭킹 1~8위 고교 팀을 비롯해 호주, 사모아,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코틀랜드 등 모두 10개국 16개 팀이 참가해 일전을 벌인다.
경산고 럭비부원들을 보면 상상하던 모습과 차이가 있다. 키가 크거나 덩치가 우람한 선수는 별로 없다. 다부져 보이긴 하지만 170cm 정도의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힘 좋고 체격이 큰 팀과 상대해야 하니 쉽지 않은 일이다. 전국 고교 럭비부가 22개뿐인 우리나라에 비해 고교생들이 졸업 후 진출할 실업·프로 팀만 2천여 개가 있는 일본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경산고 럭비부도 만만치는 않다. 실력을 인정받아 이미 일본으로 진출한 선배도 여럿이고 지금도 청소년 대표급 선수 4명을 보유하고 있다. 힘에서는 밀리지만 100m를 10~11초에 주파하는 부원들이 여러 명일 정도로 스피드는 자신 있는 팀.
더 큰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올 하반기 일본 고교로 유학을 떠나는 3학년 이상효는 시합에서 진 뒤가 가장 괴롭다는 악바리다. "일본 2개 팀, 남아공과 한 조가 됐는데 일본 아이들에게는 자신 있습니다. 덩치 좋은 남아공 아이들과도 겨뤄 보기 전에는 절대 기죽지 않을 거고요."
서보철 경산고 럭비부 감독은 선진 럭비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지만 선수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심이 단단하다.
"몸이 크다고 다 잘하는 것 아닙니다. 몸이 작으면 더 빨리, 더 많이 움직이면 돼요. 더구나 럭비에서 체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기겠다는 정신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훈련 도중 쇄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던 주장 박무현(3학년)의 다부진 출사표다.
경산고 럭비부는 27일 럭비 강호들과 대결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대회 후 가져올 성적표와 상관없이 당찬 도전정신 만으로도 이미 이들은 승자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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