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가 팍팍하게 느껴질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누구나 갖고 있다. 지긋지긋한 스트레스를 떨쳐버리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보고 즐기는 것도 여행의 재미지만 마음 놓고 쉬는 것도 여행이 안겨주는 기쁨이자 축복이다. 시인, 여행전문가, 직장인 등 3명이 추천하는 '내 마음의 여행지'를 소개한다.
복잡한 도시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자연과의 만남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마음의 때를 벗기고 답답한 가슴을 펼칠 수 있는 곳. 구룡포 쪽으로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대보면 구만리 호미곶 바로 왼쪽 최북단에 자리한 작은 마을 구만리가 있다. 한반도 꼬리의 가장 끝이다. 이곳은 매년 봄이면 10여만 평의 보리밭이 연출하는 녹색의 항연이 장관이다.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보리밭도 푸르다. 갈매기는 출렁이는 바다와 일렁이는 보리밭을 구별하지 못하고, 보리밭으로 물고기를 찾으러 내려와 쿡 주둥이를 찍으려 하다가 바다가 아님을 알고, 자신의 실수가 부끄러워 끼룩끼룩 거리며 하늘로 날아올라간다. 어디서 파도가 치는지 갈매기들도 모르는 곳이 바로 이곳 보리밭이다. 마치 하늘이 내려와 도장을 찍어놓은 듯하다.
포항에서 구만리 호미곶을 지나 구룡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가슴을 쫙 펴고 심호흡을 할 수 있는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아무리 마음이 무딘 사람이라 해도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구만리 보리밭에 들어서면 저절로 한국전쟁 당시 부산 피란시절에 만든 박화목의 시에 윤용하가 곡을 붙인 '보리밭' 노래를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또한 한하운의 '보리피리'라는 시도 생각나고 한흑구의 수필 '보리'도 기억난다. 더 넓게 펼쳐진 보리밭은 푸른 바다와 어울려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바닷가에서 산까지 더 넓게 이어져 정말 걷고 싶은 보리밭이다. 마음이 누그러지고 일상의 때가 말끔히 가셔지는 듯하다. 어느새 이삭이 팬 청보리가 바닷바람에 일렁이며 지나는 이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보리밭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통기타나 하모니카 또는 흙피리(오카리나)를 연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백여 년이 된 소나무 오형제가 있는 곳이 있었는데…. 이제 소나무 오형제는 몇 년 전 태풍에 의해 한 그루가 부러지고 얼마 전 한그루가 죽어서 2개 월 전에 캐어내고, 일주일 전에 네 그루를 다시 심어 놓았다. 이제 소나무 가족은 일곱이 되었다.
바닷가의 갈매기와 함께 청보리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일상의 때가 말끔히 씻어진다. 마음을 외롭게 달랠 수 있는 가슴이 후련해지는 일상의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추천 : 홍승우(시인)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