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여행지)구미 해평 도리사

입력 2007-04-18 07:25:40

다람쥐 쳇바퀴 돌듯 되풀이되는 지친 일상. 화사한 벚꽃에 감탄할 여유도 없이 눈만 뜨면 뛰쳐나와야 하는 직장을 뿌리치고 모든 것을 뒤로하며 불현듯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하루가 40시간이라도 모자랄 판에, 고등학생 아들을 둘이나 실어 나르는 것 하며 짬짬이 하는 취미생활과 운동,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적잖은 욕심에 쌓여 있던 그간의 피로가 엄습해 오면 가끔은 비켜나고 싶은 충동이 더욱 더 강렬해진다.

순간,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에 무작정 구미 해평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딱히 반겨 주는 사람은 없어도 도리사는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가파르긴 해도 금방 걸어갈 수 있는 짧은 거리로 밀려드는 인파가 좀처럼 없어 산책하며 낭만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아도(阿道)가 신라에 전법하며 기승지를 찾아 다니던 중 눈 속에도 복숭아꽃과 오얏꽃이 만발한 것을 보고 그곳에 절을 지은 다음 도리사라 불렀다. 신라 최초의 절로 전해진다. 눈여겨볼 보물로는 세존 사리탑과 화엄석탑이 있으며, 대웅전 앞뜰에 세워진 화엄석탑은 크고 작은 석재를 이리저리 끼워 맞춘 모전석탑의 계열로 고려시대에 조성된 특이한 석탑이다.

눈을 감고 조용히 가부좌로 있으면 산속의 온갖 기운이 법당의 은은한 향내음과 함께 어우러져 나의 흐트러진 몸을 휘감는다. 솔가지 사이 너머로 보이는 산들은 꼭 푸른 바다처럼 파도를 치며 넘실거리고, 경내의 잔잔한 침묵은 어느새 방황하는 마음을 다잡아 준다.

아직 산림욕장을 개발하는 단계지만 나름대로 아늑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라 언제든지 찾아도 부담이 없을 것 같다. 오늘도 여기 쉼터에 걸터앉아 세상을 다 감싸고도 남을 여유와 넉넉함을 느껴본다.

추천 : 진옥선(대구농협 여신관리단)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