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베푼 만큼 돌아온다

입력 2007-04-17 07:33:53

얘야, 얼마 전 날씨가 몹시 추웠을 때 말이다. 서울역 마당에서 떨고 있는 실업자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준 여자 대학생이 있었지. 그 여학생 소식이 널리 알려지자 한 은행에서 그 여학생을 취직시켜 주겠다고 나섰다는 구나. 요즘처럼 취직이 힘든 때에 말이다.

정말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구나.

어려운 때일수록 남을 돕는 일은 빛이 나 보이는구나.

옛날 어느 곳에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겨우겨우 살아가는 아들 내외가 있었단다. 늙은 어머니가 앓아 눕는 바람에 병구완을 하느라 살림이 모두 거덜나서 마지막 남은 황소를 팔기로 하였지.

농사철이 다가왔지만 어머니의 병구완이 더 급했기에 시장으로 소를 몰고 갔단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그만 도둑을 만났대.

"이 돈은 어머니 약값으로 쓰려고 장만한 것이오. 그러니 제발 그냥 보내주시오."

아들은 애원을 하였지만 도둑은 강도로 변해 칼을 들이밀었어.

이때 마침 장꾼을 보호하고 강도를 잡으러 다니는 포졸들이 나타났지.

"여봐라, 이 깊은 산길에서 무얼 하고 있느냐?"

그때 황소 값을 빼앗기게 된 사람이 얼른 강도의 칼을 아래로 숨기게 한 다음 포졸에게 말했단다.

"예, 우리는 장에 갔다가 집에 가는 친구들입니다. 내가 전에 이 친구에게 돈을 빌린 것이 있어서 황소를 팔아서 갚으려 하니, 지금 우리 어머니가 편찮으시다고 나중에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승강이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 그런가? 참 아름다운 일일세. 그런데 요즘 이곳에 강도가 많이 나타난다고 하니 조심들 하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러자 포졸들은 지나갔고, 강도는 붙잡히지 않게 되었어.

무사해진 강도는 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었단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어머니 약값을 구하기 위해 귀한 황소를 팔았는데 그 돈을 빼앗으려는 놈을 이렇게 살려주시다니요. 한 마디면 저를 죽일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살려주시다니……. 앞으로는 바르게 살아가겠습니다."

강도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지.

"사람에게 한번 실수란 있을 수 있겠지요. 마음을 돌렸다니 되었습니다. 자, 어서 눈물을 거두십시오."

그러자 강도는 자기를 일으켜 세우는 손을 부여잡고 울면서 다짐을 했단다.

"그동안 사람들을 미워하고 멋대로 살았던 저는 세상 사람들이 다 저를 미워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단 한 번도 사람 취급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저를 이렇게 살려주시다니, 이제 저는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들은 강도를 데리고 마을로 돌아와 서로 힘을 합쳐 농사를 지으며 잘 살아갔단다.

얘야, 남에게 베푼다는 것은 이처럼 은혜로운 일이로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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