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경자(36·대구 북구 복현동) 씨는 최근 생면부지의 남성에게 콩나물 값 아껴 모은 금쪽같은 3만 원을 뜯겼다. 시장에 가기 위해 아파트 정문을 나서던 김 씨에게 국내 한 프로야구단의 유니폼을 입은 한 남성이 접근했다는 것. 자신을 이 구단 소속 이모(36) 선수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구단 버스를 놓쳤다며 경산 진량 볼파크까지 갈 수 있도록 택시비 3만 원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심지어 "대구 사람들은 야구 선수를 잘 알아보지 못하는데다 인심까지 야박하다."며 불평(?)까지 털어놨다는 것. 프로야구에 대해 문외한인 김 씨는 번듯한 유니폼과 구릿빛 피부, 손가락에 맨 보호밴드에 깜박 속았고 각박하게 살기 싫다는 생각에 의심없이 돈을 건네줬다.
하지만 이 남성은 사기꾼이었다. 해당 구단에 확인한 결과 이모 선수는 그날 서울에 머물고 있었다는 것. 김 씨는 "설마 돈 3만 원 때문에 유니폼까지 차려입고 고생을 하겠나 싶었다."며 "대구 사람들이 불친절하다는 얘기에 뜨끔했던 게 화근이었다."고 황당해 했다.
아파트 단지를 무대로 주부들을 상대로 한 '구걸형' 사기꾼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의심이 적은 주부들에게 접근, 휴대전화 번호나 신분증을 보여주며 안심을 시킨 뒤 건넬만한 소액을 뜯어가는 것.
주부 이모(37·여) 씨도 얼마 전 아파트 주변에서 사기를 당했다. 입주 시기에 맞춰 상가 분양이 이뤄지고 있던 아파트 주변에서 '선량하게' 보이는 한 중년 여성과 마주쳤다는 것. 이 여성은 상가 분양을 받기 위해 대구에 오던 중 고속버스 안에 지갑과 휴대전화를 두고 내렸다며 3만 원을 빌려달라며 간청해 빌려줬다 결국 감감무소식. 주부 곽모(29·대구 동구 방촌동) 씨는 말끔한 정장차림의 남성에게 사기를 당한 경우다. 지인을 만나기 위해 동구 안심 3·4동의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았다는 곽 씨는 '대구에 출장을 왔다가 지갑을 잃어버려 난감하게 됐다.'며 기차삯 5만 원을 빌려줬다가 떼였다. 곽 씨는 "명함과 연락처 모두 가짜였다."며 허탈해했다.
이들은 주로 표준어를 쓰면서 '대구 인심이 이렇게 각박한 지 몰랐다.'며 불평을 늘어 놓거나 '너무 급한 마음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부탁을 한다.'는 식으로 동정심에 호소한다는 것. 그러나 실제 피해를 당하더라도 금액이 많지 않아 대부분 그냥 '속은 셈'치고 넘어가는 탓에 실제 경찰에 신고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소액 사기의 경우 장소를 바꿔가며 출몰하는데다 인적 사항이나 휴대전화 번호 등이 모두 가짜인 경우가 많아 잡기가 쉽지 않다."며 "직접 도움을 주는 것을 피하고 가까운 관공서로 안내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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