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음악적 DNA이야기

입력 2007-04-13 07:09:24

첫째 이야기, 몇 년 전 모 대학의 음대생들이 강원도 정선에 하계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제출한 보고서 내용이다. "어린이에게는 동요를, 어른에게는 가곡을 가르쳤는데, 음치가 많아 무척 힘이 들었다. 그런데 정선 아리랑만은 기가 막히게 잘 부르더라."는 것이다.

둘째,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는 몇 년 전까지 입학시험 때 '7음계의 간단한 음감검사'를 실시하는데 '음감 불량' 판정을 받으면 내신 성적과 상관없이 불합격이 된다. 음감 불량자가 나올 경우 시간이 남았을 때는 나는 개인적으로 국악음계로 검사를 봤다. 그런데 20여 년간 음감불량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학생은 불합격을 감수해야만 했다.

셋째, 필자는 학기 첫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이 말을 복창시킨다. "왕산악과 백결(철수와 영이)은 국악에서는 천재지만, 양악에서는 음치일 확률이 높다. 베토벤과 쇼팽(톰과 메리)은 양악에서는 천재지만, 국악에서는 음치일 확률도 높다."

넷째로, 법정 스님의 수필집에 있는 이야기. 아는 사람이 편지를 보내왔는데, 지난해 봄 프랑스에 갔을 때 어느 도시에 있는 한 여학생에게 들은 내용이라고 한다. 어느 날 대학 학생과에서 한국 학생을 찾는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갔더니 한 프랑스인 집으로 좀 가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렵게 공부하는 고달픈 처지였지만 그는 시간을 쪼개어 가보았다고 한다. 지극히 평범하게 사는 그 집 부부가 반갑게 맞으면서 한국 학생을 찾는 연유를 이야기했다. "지난 주 한국에서 어린애를 입양했는데, 잘 먹지도 않고 줄곧 울기만 해서 여간 난처하지가 않아요. 당신들은 어린애를 어떻게 돌보며, 무슨 말로 달래며, 어떤 노래를 들려줍니까?"

그 여학생은 생후 6개월도 채 안 된 어린애를 받아 안고 한손으로 다독거리면서 "아가 아가 울지 마라, 우리 애기 착한애기 울지 마라 우리 애기, 자장자장 우리 애기 울지 마라 예쁜애기 자장자장 우리 애기…."라고 자장가로 달래주었더니 애기는 금방 그쳤다고 한다.

프랑스인 부부가 그 여학생을 물끄러미 쳐다 볼 수밖에…. 그후 몇 주 동안 주말마다 그 집에서 가서 애기를 달래주고, 자장가를 녹음해주었다고 한다. 편지는 이렇게 끝을 맺었다. '스님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필자도 이 사연을 읽으면서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왔다. 어머니의 나라 모국어, 모국어의 말들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 하물며 음악에 있어서 그 정감이란….

이인수(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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