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극은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
지난해 올해의 예술상, 대산문학상(희곡상), 히서연극상(기대되는 연극인상), 동아연극상(작품·희곡·연기·신인연기상) 등을 휩쓴 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박근형(44) 극단 골목길 대표. 그는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출가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연출가 박근형 씨의 연극은 잊고 살거나 혹은 외면하지만 늘 우리 주변에 있는 현실을 그린다. 뒷골목, 일상의 어두운 그늘, 소외된 사람들을 다루면서도 무겁지 않게 담아내 '박근형표 연극'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자신이 살아온 삶과 주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드는 그는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극적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대구 나들이가 부쩍 잦아졌다. 지난 5~8일까지 문화예술전용극장 CT(구 제일극장)에서 '경숙이, 경숙아버지'가 공연된 데 이어 대구시립극단 제18회 정기공연작 이오네스코의 '살인놀이' 연출을 맡았기 때문. 지난 9일 오전 첫 연습을 시작으로 매주 세 차례 정도 대구를 찾아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오는 6월 8~10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살인놀이'는 세기말 어느 도시에 알수 없는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군상과 삶의 가치를 표현한 작품이다. '살인놀이'의 연출 방향에 대해서는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부각시키면서도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이 시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재미있는 연극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에게 연극은 인생의 전부다. 대학을 다니다 등록금을 연극에 쏟아 붓고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 만큼 연극에 대한 애착이 유별났다. 그런 그가 유명 인사가 되었지만 내려놓지 않은 게 있다. 바로 인간적인 냄새다. 깡마른 체구에 꾸밀 줄 모르는 옷차림은 자신의 연극과 많이 닮았다. 그에게는 사는 게 연극이고 주변이 연극 도장이다.
박 대표는 배우와 노는 것을 좋아한다. 배우가 원하면 자신이 쓴 대본도 기꺼이 바꾼다. 정형화된 배우를 싫어하는 연출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배우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내기 위해 부단한 연습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대에서 자신감을 갖는 것입니다."
잘 나가는 연출가인 만큼 작품을 같이 해 보고 싶은 유명 배우들도 많다. '경숙이, 경숙아버지'에 출연했던 조재현 씨의 경우 연극을 보고 직접 찾아와 출연을 부탁했을 정도. '경숙이, 경숙아버지'의 성공 원인에 대해서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아버지와의 갈등, 주변에서 한번쯤 들어 보았던 등장 인물 등 공감할 수 있는 소재 때문에 관객들이 한편이 되어 주었다."고 풀이했다.
박 대표는 "지방 연극이 생존력을 갖기 위해서는 소극장 활성화가 돌파구이고, 이를 위해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역문화재단 설립 필요성을 주장했다. "떠나기는 쉬워도 돌아오기는 어렵습니다. 관객들이 연극판을 떠나지 않도록 연극인들이 좀 더 고민해서 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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