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깔끔한 유혹'…재래시장의 현대화

입력 2007-04-11 09:33:00

"시장에도 지붕을 씌워라."

최근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고객들이라면 한번쯤 위를 쳐다본다. 푸른 하늘 대신 연꽃과 잎을 형상화한 초현대식 아케이드가 은은하게 다가온다. 늦어도 이달 중순이면 완공될 이 아케이드는 총 3차로 나누어진 아케이드사업 중 1차 사업의 결실이다. 4지구 동·서·남쪽과 주차빌딩 동·서·북쪽 등 5천509㎡에 걸쳐 만들어졌다. 이번에 서문시장 일부를 덮은 아케이드는 대구 최초로 기존의 폴리카보네이트 대신 막 구조를 사용했다.

최태경 서문시장상가연합회 회장은 "기존 폴리카보네이트 아케이드는 플라스틱 계통이라 탈색이 잘 되고 일부 결함이 있을 시 모두 바꿔야 하는 단점이 있는 반면 막 구조는 내구성이 뛰어나고 결함이 생긴 일부분만 교체하면 되는 등 유지·관리가 훨씬 수월하다."고 했다. 아케이드 공사로는 전국 최대 규모인 만큼 구조 자체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다.

독특한 외관도 자랑거리. 기존의 단순한 덮개 형태가 아닌 연꽃과 잎을 형상화해 미관을 갖추었다. 공사업체가 오래 전 서문시장이 연못이었던 점을 감안한 것. 또 12m의 웅장한 규모도 눈길을 끈다. 기존의 낮은 터널식과 달리 확 트인 느낌을 준다. 2층엔 연결 광장을 만들어 각 지구로 자유롭게 이동도 가능하고 통풍과 채광이 잘 되도록 덮개를 슬라이딩 방식으로 만들었다. 최첨단 소방 시설도 빼놓을 수 없다. 연기센서와 열센서 등을 각 구간마다 설치했는가 하면 유사시 사용할 수 있도록 소방관도 전 구간으로 연결시켜 놓았다. 지난해 서문시장 2지구 화재를 교훈으로 삼은 것.

외적인 변화에 고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오랜만에 서문시장을 찾았다는 김은숙(33·여·대구시 달서구 월암동) 씨는 "아케이드로 인해 시장이 한층 쾌적해지고 깨끗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문시장은 곧 2, 3차 구간도 공사에 착수해 명실상부한 현대식 시장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최근 재래시장에 '성형수술'이 한창이다. 재래시장이라면 '지저분하고 낡았다.'는 외관을 '깨끗하고 새롭게' 바꾸고 있는 것. 이는 재래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대형마트에 맞서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취지다.

10일 오후 대구 칠성시장. 지난해 3월 대구청과시장 쪽에 아케이드를 설치한 데 이어 지금은 풍물거리 광장과 인도 아케이드 공사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광장엔 깔끔하게 구획된 상점들과 은은한 조명이 마치 대형마트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광장 안에는 '시장 방문 환영' 전광판도 설치해 '첨단' 이미지를 강조했다. 상인 조달순(61·여) 씨는 "손님들이 요즘 시장이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전했다. 조 씨는 과거엔 비가 오면 빗물이 광장에 들어와 여간 불편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비가 와도 아무 걱정이 없게 되었다고 했다.

또 인도를 따라 설치된 아케이드도 차광막을 설치, 땡볕을 걱정하지 않고 장사나 쇼핑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익기 칠성시장 상인회 회장은 "5월 중순 4층 규모의 주차타워가 완공되면 아케이드 준공식과 함께 몇 년째 못하고 있는 축제도 대대적으로 열 예정"이라고 했다.

대구 북구 팔달신시장도 시설 현대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05년 아케이드 설치를 마친 데 이어 지난 2월 초엔 3층 높이의 공영주차장 건물을 개장했다. 연면적 1천106평에 166대를 주차할 수 있는 규모. 이로 인해 만성적인 단점으로 여겨진 주차난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고 상인회는 밝혔다. 권회기 팔달신시장 상인회 총무는 "시장 뒤쪽 아케이드 2차 공사가 끝나면 고객이 주차장에서 내려 비를 맞지 않고 쇼핑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목련시장도 지난 1월 아케이드 공사를 마치고 현대 시장 대열에 합류했다. 이곳은 '아케이드 효과'로 매출이 예전에 비해 20~30% 늘었다는 평이다. 장병수 목련시장 총무는 "2004년 당시 시장의 생사를 위해 결연한 심정으로 사업을 추진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손님들 반응도 무척 좋아졌고 시장을 우회하던 사람들도 가로질러 가고 있다."고 좋아했다. 앞으로 이곳은 점포별 새시공사나 CCTV 설치 등 부대 공사를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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