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전세계 어린이 16명 이야기
열한 살 필리핀 소녀 니나네 집 앞에는 커다란 산이 있다. 쓰레기산이다. 니나는 쓰레기를 뒤져 건진 재활용품을 팔아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아빠는 쓰레기산 메탄가스에 질식해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다리를 다쳐 꼼짝할 수가 없다. 쓰레기차가 새로 폐품을 싣고 오는 날이면 더 좋은 쓰레기를 차지하기 위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쓰레기산을 달려야 한다. 니나의 꿈은 보물을 찾아 하루라도 빨리 이 쓰레기산을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비오는 날, 거대한 쓰레기산이 무너져 니나네 집을 덮쳐버린다.
인신매매범에게 잡혀온 마마두(코트디부아르)는 10m나 되는 코코아 나무 위에 올라가 열매를 따야 한다. 할당량을 다 채우지 못하면 심한 매질을 당할 뿐이다. 맞지 않으면, 또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으면 그날은 행복한 날이다. 원두를 건조대에 올려놓고 자기 키만한 갈퀴로 원두를 말리고는 잠이 드는 고통스런 날의 연속이다. 식사라고는 옥수수죽이 전부다. 마마두는 '우리는 결국 노예'라는 한 아이의 말을 듣고 울음을 꾹 참을 수밖에 없다.
정말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일인가 싶다. '나만 행복해도 될까(박은호 글/글고은 펴냄)'에는 어른들의 탐욕과 이기심, 절대 가난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전 세계 어린이들이 등장한다.
가족의 빚을 갚고 생계를 잇기 위해 뜨거운 벽돌을 져 날라야 하는 파키스탄 소년, 어두운 곳에서 하루종일 축구공을 만들다 눈이 멀어버린 인도 소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채석장에서 돌을 깨야 하는 네팔 소녀, 소년병으로 끌려가 살인기계가 돼버린 우간다 소년 등 16편의 짧은 얘기들은 한 편의 긴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아이에게 이 책을 읽힌다면 '불쌍하다', '안됐다'고 생각하게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에 대해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단원마다 마련된 해설 코너가 이를 도와준다. 예를 들어 '달콤한 초콜릿의 비밀' 경우 코트디부아르 코코아 농장의 참혹한 인권 유린과 기업의 이윤논리가 맞물려 있다. 전 세계에 공급되는 코코아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는 이곳에선 많은 아이들이 팔려와 1년에 15만 원 내외의 저임금을 받고 주당 80~100시간 노동을 한다. 세계 여러 기구에서 어린이를 고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원료를 값싸게 들여와서 비싼 가격에 팔겠다는 기업 논리가 아이들을 노예로 내몰고 있다. 지난해 출간된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조정연 글/국민출판 펴냄)'를 함께 권할 만하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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