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넘게 끌어온 한·미 FTA가 우리의 의사와 상반되게 타결되고 국회비준 등 절차를 남겨 놓고 있다.
한·미 FTA 협상에서 주 쟁점이 쇠고기 협상이라고 할 정도로 협상기간 전부터 쇠고기 문제는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그러나 이렇게 졸속 타결될지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특히 정부가 한우산업 피해에 대한 체계적 대책도 없이 15년 내 관세철폐를 하게 된 것에 대해 한우농가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또 검역문제는 5월 국제수역사무국의 미국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평가등급이 나온 뒤 그 결과에 따라 우리 측에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하는 것으로 구두 약속했다.
세계 최대 쇠고기 수출국과 자유무역을 함에 있어 15년의 기간을 주고 구조조정하라는 것은 한우산업의 특성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극치다.
쇠고기 역시 쌀처럼 예외품목으로 하거나 미국과 같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기 전까지는 일정 비율의 관세로 시장을 보호했어야 옳다. 게다가 한·미 FTA 협상 타결이 앞으로 있을 EU, 중국, 일본 등과의 FTA에서도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한데 관세를 철폐한 것은 너무 경솔했다.
또 유명무실한 세이프가드는 현재 우리나라 쇠고기 소비량을 계산도 해보지 않고, 현실성 없이 설정함으로써 우리 농민을 두 번 속인 게 됐다.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평가에 따라 뼈있는 쇠고기 수입을 결정하겠다는 것도 주권국으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위생검역문제는 한·미 FTA 의제가 아니었고, OIE 결정에 따라 쇠고기 수입을 결정하겠다는 것은 국내 검역조건을 유명무실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요구에 따라 협의해 준 것이다.
게다가 권고사항에 불과한 OIE의 광우병 국가 등급 판정에 따라 향후 뼈있는 쇠고기 수입을 결정하겠다고 구두 약속함으로써 이제 누구를 믿고 이땅에서 축산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부는 앞으로 15년이면 한우산업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게 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렇지만 200여만 두에 불과한 한우산업과 1억 두에 버금가는 미국 육우산업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으며, 경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단 말인가.
한우협회 자체 용역에 따르면 한·미 FTA로 인해 관세가 0%가 되면 한우산업이 입을 피해만 5천~6천억 원에 이른다. 그리고 점차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선호해 대체성이 커지게 될 경우 1조 원 이상의 수익감소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한우산업 자체가 붕괴될 위험에 놓인다.
FTA타결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발표 후 벌써 송아지가격이 폭락하고 있으며 거래 또한 되지 않을 정도로 농가의 불안이 고조된 상태이다.
우리 축산업은 전업농이 많고 규모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생산비, 축소되는 지원 등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한·미 FTA 대책도 한·칠레 FTA에서처럼 '선체결-후보상'의 형태를 밟으며, 허울좋은 대책에 급급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한우산업 안정화를 위한 대책이 마련된 뒤에 한·미 FTA와 쇠고기 협상이 논의되어야 한다. 한우 생산자들은 생산단계에서 시작하는 생산이력제 도입, 송아지 생산안정제의 기준가격 상향과 지급금 확대, 비육우 가격안정제 도입, 우수축 출하포상금제 부활, 생고기 온도체 등급 허용, 수입육 유통감시 강화, 유통감시원 역량 강화,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전면 확대, 식육의 원산지 표기방법 개정 등을 요구한다. 그리고 축소된 브루셀라 보상금을 100%로 상향조정해 한우농가가 조속히 경영안정을 찾을 수 있길 원한다.
그리고 한우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는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고 고급육 생산을 위한 보조를 조속 시행하여 한우 품질을 높여 경쟁력있는 축산업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정부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농가들에게 몇 가지 사항을 바란다. 우선 졸속 체결된 한·미 FTA를 전면 부정하고, 국회 비준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광우병 뼛조각 수입과 관련, 5월에 있을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협상을 막을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장 불안하겠지만 무조건 내다파는 홍수출하 등은 농가 스스로 자제하여, 버텨 나가는 인내가 요구되는 때다.
우리 산업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정부도, 시·도 지자체도 아닌 한우농가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 다함께 슬기를 모으고 용기를 내어 위기를 극복해나가자.
전영한 전국한우협회 대구경북도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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