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대화)첫 시집 '카페 물땡땡' 펴낸 박상봉 시인

입력 2007-04-07 07:26:38

"사람과 어울리고 싶은 카페의 시인"

박상봉(49) 시인이 첫 시집 '카페 물땡땡'(만인사 펴냄)을 출간했다.

시를 쓰기 시작한 지 30년 만이다. 만나자마자 "오랫동안 고민해 냈습니다."는 말로 인사했다.시집 20대에 쓴 5편 등 49편의 시를 담았지만, 그 중 절반이 2년 내에 쓴 신작이다. 오랫동안 절필한 이유를 시 '모감주나무'에서 찾을 수 있다.

'그가 사랑한 여자는/직업과 가족을 버리고 산으로 도망가/모감주나무가 되었다고 한다/사랑을 잃은 사내는 주말마다 산을 오른다/산은 다가갈수록 멀어지고/….' 사랑한 여인이 부처에 귀의한 아픔을 겪었다. 글이 막혔다. 이 시를 다 쓰는데 무려 7년이 걸렸다.

"'모감주나무'를 마치니 다시 시가 써졌습니다."

'카페 시인'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80년대 중반 대구 봉산동에 문을 연 전국 최초의 문화공간 겸 북카페였다. 당시 이하석 송재학 엄원태 문인수 등 시인을 초청해 문학행사를 갖는 등 암울했던 그 시대 문학도에게 정신적 출구 역할을 했던 곳이다. '카페 시인'의 주인이 바로 그였다.

이후 몇 차례 옮겨 다니다 결국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후 여성잡지 프리랜서, 대구MBC 구성작가, 북에디터로 활동했다. 현재는 구미에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운영하는 이노카페를 맡고 있다.

"노동현장의 문학활동이 재미있습니다." 그는 공단 근로자들로 이뤄진 '수요문학회'를 이끌고 있다. "생산직 근로자 20여 명이 등단했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이제 그곳에서 문학강연을 하고 시 퍼포먼스를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름다운 노동' '빼앗긴 들에 봄은' '구미' 등은 현장에서 느낀 시심(詩心)을 시로 옮긴 것이다.

시집에는 '시인의 산문'이 수록돼 있다. 틈틈이 써둔 시작(詩作) 메모 11편이다. '단 한 줄의 시도 써지지 않는 그런 날이 있다. 그럴땐 시를 안다는 것이 끔찍한 형벌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의 행간에 숨어있는 그의 인생관과 세상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한다.

'카페 물땡땡'은 영남대 버스 종점에 있던 카페 이름이다. '…/물방울 탁자 물빛 천정 땡땡이 무늬 속/일상에 겨운 몸 기대고 쉴 만한 카페가 있다/여직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리 없는/다시 찾고 싶은 물땡땡'

사람과 어울리고 싶은 시인의 카페는 첫 시집의 제목에까지 투영돼 반짝인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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