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금융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입력 2007-04-04 07:35:37

2020년에 아시아의 3대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전략'이 마련되어 추진된 지 4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가 46개 글로벌 금융중심지를 비교, 평가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43위로 바닥권에 머문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허브 경쟁에서 뾰족한 성과가 없다고 해서 글로벌 경쟁의 고삐를 늦추거나 금융허브 조성을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급부상하는 중국과, 앞선 기술과 자본력으로 무장한 일본 사이의 넛크래커(nutcracker) 상태에 빠져있는 우리 경제가 성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 경제에서 지식기반 서비스경제로 하루빨리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이자 고용효과와 부가가치 창출력이 매우 큰 금융산업의 비중(GDP 기준)을 현재의 21%에서 선진국 수준인 30%까지 끌어올려야 비로소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금융빅뱅을 통해 금융산업을 성장의 지렛대로 삼아 국민소득을 단숨에 4만 달러대로 끌어올린 영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동안 금융허브 조성이 지지부진하고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던 것은, 여러 부문에서 금융국제화의 토양과 기반이 채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껏 금융의 역할을 주로 제조업 육성 지원에 우선을 둔 나머지, 금융산업을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금융은 늘 정부 정책의 수단에 머물렀으며, 정부의 규제와 간섭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금융산업이 번창하기 위해서는 경제 내에 돈과 정보가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되도록 줄이고 감독정책이 일관성과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

다음으로 금융인프라 문제다. 돈과 정보가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고 금융거래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각종 조세·외환·물류제도와 IT시스템 등이 잘 구축되어야 한다. 선진금융의 경험과 식견을 갖춘 금융전문 인력 또한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요소다. 글로벌 시각과 역량을 갖춘 우수한 인적 자원이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자녀교육·문화적 혜택·쾌적한 주거와 같은 정주여건을 마련해주고, CEO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도록 하는 유연한 보상시스템과 성과주의 문화를 갖추어야 한다.

금융에 대한 국민들의 올바른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금융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신용불량자나 개인파산 급증 등 한국 금융시장에 존재하는 각종 불합리한 요소들을 치유하기 위해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금융교육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금융산업의 공용어인 영어 사용능력은 금융의 국제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핵심적인 요소다. 싱가포르, 홍콩 등 금융이 강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들은 한결같이 국민들의 영어 구사능력이 뛰어나고 개방적임을 알 수 있다.

산업사회의 시각에서 보면 대구는 대기업 공장이 없고 생산 활력이 떨어진 낙후된 도시로 비쳐질 수 있다. 하지만 문화와 브랜드가 지역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신기술 간의 융합과 정보화가 빠르게 진전되는 새로운 환경 하에서 대구의 성장잠재력은 어느 도시 못지않게 크다고 할 수 있다. 대구는 인근 7개 시·군을 포함하여 350만 명의 인구를 가진 광역경제권의 중심이자 1천320만 명에 달하는 영남경제권의 중추도시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 체결에 따른 국내 서비스시장의 개방에 대처하고 지역을 먹여 살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산업의 21%를 차지하는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도 중요하지만, 70%에 달하는 서비스산업의 구조고도화가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다. 특히 대표적인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인 금융산업은 제조업 기반의 약화로 인해 꺼져가는 지역경제의 엔진을 되살릴 수 있는 성장 동력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금융산업은 지역의 실물경제를 지원할 뿐 아니라, 부가가치 창출력이 크고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화언 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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