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길
사람이나 차가 오가는 곳을 우리는 '길'이라 부른다. 통행을 하는 게 길의 가장 큰 존재 이유지만 길이 가진 다른 가치들도 많다. 골목길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정이 오가고,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차분히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그리운 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발걸음조차 가볍고, 가보지 않은 길을 마음 속으로 그려본 적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인생을 길에 비유하곤 한다.
길은 또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세상사가 힘들 때 사람들은 길을 찾아 떠난다. 그 길에서 사람들은 잠시나마 무거운 인생의 짐을 내려놓는다. 전남 담양군 금성면 대나무골 테마공원. 대나무 숲길을 걸으며 속이 빈 대나무처럼 마음을 비우고, 솔향 가득한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을 수 있는 곳이다.
5만여 평에 이르는 대나무골 테마공원에 들어서면 눈에 보이는 건 오로지 대나무들뿐. 높이가 25~30m나 되는 '키다리' 대나무들이 봄 바람에 흔들거리며 반갑게 손을 내민다. 입구에 있는 약수터를 찾아 대나무 향이 그윽하게 밴 약수로 목부터 축인다. 입구에서 세 갈래 길로 나뉘지만 어느 길로 먼저 들어서건 돌고돌아 다 만나게 돼 있다. 다 돌아보는 데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왼편에 있는 제1대나무 숲길로 들어서자 몇 걸음 가지 않아 빽빽한 대숲 속에 몸이 파묻힌다. 한낮인데도 주위는 어두컴컴하다. 빼곡히 들어찬 대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어른 팔뚝만큼 굵고 탐스럽다. 하늘 향해 쭉쭉 뻗은 대나무들과 대숲 사이로 나는 향긋한 내음, 새들의 지저귐, 그리고 맑은 바람과 고요함….
고개를 들어보니 푸른 대나무 잎들과 파란 하늘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작은 댓잎들이 스치며 사각거리는 소리를 낸다. 실한 대나무 하나를 골라 손으로 만져보니 청정한 기운에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이 대밭에 몇 그루의 대나무가 자라고 있는지 따져보는 일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수를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나무가 몇 그루인지를 알아서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저 짙푸른 녹음을 만들고 있는 대숲에 몸과 마음을 맡겨본다. 대나무 숲을 무대로 휴대전화를 잠시 꺼두자는 CF도 있었지만 세상 일을 잠시나마 잊어버리고, 푸른 대나무의 향기에 취하면 그만이다. 지구에 있는 식물 중 공기정화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대나무 숲길을 걸으면 자연스레 죽림욕도 할 수 있다.
대숲이 끝나는 곳에서는 솔숲 산책로가 이어진다. 황톳길 소나무 산책로에서는 맨발로 걷는 게 좋다. 황토와 그 위에 깔린 누런 솔잎을 맨발로 밟으며 천천히 걷는다. 솔숲 길을 다 걷는 데는 20여 분이면 충분하다. 맨발로 걷는 게 사소한 일 같지만 자연과 교감한다는 느낌을 한가득 안겨준다.
대나무골 테마공원은 가족, 연인 그리고 지인과 산책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러나 홀로 걸으면 더욱 좋다. 마음이 쓸쓸할 때, 조용한 위로를 받고 싶을 때, 대나무와 소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다.
글·이대현기자 sky@msnet.co.kr
▶대나무골 테마공원 찾아가는 길=88고속국도 담양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 순창으로 가는 24번 국도를 따라가면 금성면 소재지를 거쳐 석현교가 나온다. 다리를 지나자마자 바로 우회전, 농로를 따라 2.2㎞ 가면 대나무골 테마공원 입구. 대구서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담양읍을 거쳐 대나무골 테마공원 가는 길에서 담양 명물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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