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럼] 한미 FTA 타결, 또다른 출발점이다

입력 2007-04-03 09:00:48

GDP 12.5조 달러(세계 1위)인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과 GDP 7,870억 달러(세계 12위)인 한국 간에 FTA 협상이 타결되었다. 2006년 6월 5일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제1차 한미 FTA 협상을 시작으로 10여 개월 만의 줄다리기 끝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득 1만 달러의 함정'과 '저성장 저고용'으로 성장잠재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능력에 많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이번 한미 FTA 타결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잠재력의 확보,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 기업활동의 글로벌 스탠더드 적용, 대외 신인도의 제고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 하에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필요한 새로운 에너지원의 확보와 지식기반산업에 대한 학습효과, 세계 최대 시장의 선점이라는 것에 협상타결의 의미가 있다. 한편 미국 측은 최대 규모의 FTA의 타결로 대 한국 수출 확대를 통한 무역적자의 폭을 축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또한 한국의 경쟁력 있는 산업 분야인 반도체, 통신, 전자제품, 게임분야 등에 자국 기업의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다양한 분야의 협상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협상의 득실을 따지는 것이 용이하지 않고, 전체적인 협상타결 내용이 발표된 후에 득실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요구되지만, 단기적으로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소형자동차와 섬유·의류 제품의 대미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추후 논의가 진행될 무역구제와 개성공단 문제는 미국이 한국의 신뢰할 만한 경제협력 파트너인지 진정성을 보여주고, 현재까지 제기된 많은 걱정과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면 한미 FTA 시대를 맞아 좋은 결실을 얻기 위해서 어떤 자세를 견지하여야 할 것인가? 국산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2001년 3.1%에서 2005년 2.6%로 감소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미 FTA의 타결은 우리 기업에게 미국시장에서의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러한 기회의 이면에는 국내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비효율적인 국내기업들이 도태되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이라도 생산성 및 효율성 제고에 각고의 노력과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한미 간 새로운 경제동맹 시대를 여는 초입단계에서, 대립과 갈등으로 피폐해진 민심을 잘 수습하여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미 FTA의 타결로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 및 산업종사자들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얻을 수 있고, 신규 분야에 종사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은 물론 직업훈련 및 교육, 정보제공 등 국론을 통합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세심한 지원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관세철폐 및 인하는 단기적으로 우리 기업이 미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지만, 이것이 장기적인 경쟁우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한미 FTA를 계기로 지속적인 산업구조 개편, 기술고도화, 고부가가치의 기술개발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은 생각한 것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강력한 잠재적 경쟁대상국인 중국을 따돌릴 수 있도록 서비스, 로봇, 생명공학, 에너지, 전자정보소프트웨어 분야 등 차세대 주력산업의 발전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들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과 기술협력은 물론 투자유치를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문화 주권의 시대에 우리 고유문화를 보급하기 위한 한류의 확대, 전통문화의 확산 등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미 FTA의 경험을 바탕으로 EU, 중국, 일본 등 거대경제권들과의 FTA를 적극 모색해 동북아 경제의 주도권을 선점함은 물론, 개방을 통해 한국경제의 외부 충격에 대한 면역력과 자생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특히 특정 국가와의 경제동조화 현상을 벗어나 시장을 다변화시킬 수 있도록 거대 경제권과의 FTA를 잘 활용하여야 한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언급한 대로 "20년 후면 한국이 경쟁 우위에 있는 모든 산업이 중국으로 대체될 것"이란 지적을 명심하고, 한미 FTA가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하영석(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한미 FTA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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