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새 학년이 되어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으니 매우 즐겁겠구나.
조선시대 문신이었던 신숙주는 나라의 어려운 일을 많이 해결하여 영의정까지 되었어. 물론 수양대군이었던 세조를 돕는 과정에서 단종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게 되어 욕을 먹기도 하였지만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했어.
청년 신숙주가 과거를 보러갈 때의 일이었대. 새벽녘에 경복궁 앞에 이르렀는데 갑자기 이상한 빛이 감돌더니 아주 큰 괴물 같은 사나이가 대궐 문 앞을 턱 가로막고 입을 떡 벌리더래.
깜짝 놀란 신숙주가 조심을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지 그냥 그 괴물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어.
이때 누군가가 뒤에서 신숙주의 소맷자락을 잡아당기더라는 거야. 깜짝 놀라 돌아다보니 푸른 옷을 입은 한 소년이었대.
"놀라지 마십시오. 저것은 나리의 걸음을 멈추게 하기 위해 제가 잠깐 요술을 부려본 것입니다. 저는 나리를 도와드리고자 평생을 따라다니고자 합니다. 그러니 허락해 주십시오."
신숙주는 딱히 싫다고 할 까닭도 없고 하여 승낙하였지.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 소년이 전혀 보이지 않고 오직 신숙주의 눈에만 보였지.
그때부터 이 푸른 옷의 소년 즉 청의동자(靑衣童子)는 신숙주가 가는 곳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대. 신숙주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청의동자에게 의논하였고……. 그런데 사람들의 눈에는 청의동자가 보이지 않았으므로 신숙주가 혼자서 중얼거리는 것으로 알았지.
세종대왕 때의 일이래. 한번은 매우 어려운 일로 왜(倭)에 사신을 보내야 했는데 신숙주가 뽑혔어. 당시의 뱃길은 매우 험하여 모두들 걱정했지. 그런데 신숙주는 의외로 담담해 하였대.
얼마 후, 신숙주를 태운 배가 일본으로 향했지. 배가 넓은 바다로 나아갔을 때, 갑자기 심한 안개와 거센 바람으로 우왕좌왕하게 되었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신숙주는 청의동자에게 물었어.
"우선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합니다. 돛을 올려 서쪽으로 향하십시오!"
거센 바람에 돛을 올리는 것이 무리가 있었지만, 이 말을 들은 신숙주는 사공들에게 돛을 올리라고 외쳤어. 사공들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명령에 따라 돛을 올렸는데 정말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대.
이리하여 신숙주는 무사히 왜에 도착하게 되었고, 교섭도 잘 이루게 되었어.
세월이 흘러 신숙주가 세상을 뜰 때였어.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입을 열었지.
"내가 죽으면 청의동자도 따라올 것 같으니, 제삿날이 되면 상을 하나 더 차리도록 하여라!"
이후 신숙주의 자손들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유언대로 제사 때마다 상을 하나 더 차렸다고 해.
어때, 정말 같으니?
이렇듯 신숙주에게 둘도 없는 벗이 있었다고 전하지만 그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해. 그러니 결국은 신숙주가 자기 자신 속에 자기와 친구 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고 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자기의 행동을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해. 우리도 한번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일 같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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