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 안과 밖)⑤영재 학생을 위한 속진과 심화

입력 2007-04-03 07:57:30

개별화·차별화 교육적 선택 기회 줘야

뉴튼의 운동법칙에 대한 다섯 번째 시간, 본관 건물에서 좀 떨어진 특별 교실에 7명의 학생들이 모여 동일한 높이에서 무게가 다른 두 개의 공으로 낙하 속도를 비교하고 있다. 여러 가지 실험 재료로 각자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 변인을 조작하고, 데이터를 얻기 위한 분주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이들은 미국 메이플라워 밀 초등학교의 5학년 4개 학급에서 선발된 과학영재로서 과학시간에만 편성되는 시간제 영재학급 학생들이다. 그 시간에 일반 학급 학생들은 표준 교육과정에 따른 과학수업을 한다. 일주일에 두 번씩 모이는 시간이지만 가장 재미있고 기다려지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는 교육구 내 2개 초등학교를 순회 근무하며, 본교에 설치된 5학년 전일제 영재학급 학생 중에서 6학년과 7학년 수준의 수학에서 속진이 필요한 학생에 대한 수업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 학교에는 전일제와 시간제의 영재학급이 운영됨과 동시에 집단군 편성과 수준별 이동식 수업의 형태의 과목 속진이 병행돼 영재 학생의 교육적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우리 교육 현장에도 이처럼 몇 가지 형태의 영재교육을 운영하여 일반학급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경험을 마련해 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속진과 심화다.

속진 프로그램은 영재의 학습 속도에 맞는 수업 진도를 허용하며, 학교에서의 수업 연한을 앞당기거나 줄여준다. 여기에는 조기입학, 과목속진, 학년속진이 포함될 수 있으며, 융통성 있는 교육제도와 교육과정으로 학업 연한이나 학습 시간을 단축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재능과 관심 영역에 대한 보다 앞선 진도를 허용함으로써 느슨하고 불필요한 학습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학생을 보다 높은 학년의 지적 또래들과 함께 공부하도록 배치하는 방식으로 영재의 학습 동기와 도전감을 높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과도한 속진은 사회성 발달과 정서적 적응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일단 속진이 이루어지게 되면 해당 학생은 전반적인 학교생활을 지적 또래와 함께 보내게 되어 자신의 나이 또래와의 상호작용 기회가 줄어든다.

속진의 한 형태인 조기입학은 학업 능력이 잘 갖추어진 학생에게 도전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다. 이를 위해서 학부모는 자녀가 현재 지니고 있는 학습 능력과 사회성 발달이 조기입학에 적합한지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는 조기진급 및 조기 졸업에 관한 규정을 마련, 초·중·고교 각기 1년의 조기 진급을 허용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는 않고 있다. 입시 부담과 시행에 따른 번거로움 때문에 과학고를 제외하고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심화 프로그램은 평소에는 일반학급에서 공부하던 영재 학생이 방과 후 또는 주말과 방학을 이용하여 학습 내용의 폭과 깊이를 조정한 교육과정으로 수업을 하는 방식이다. 특별한 주제를 연구하게 하거나, 일반 학급에서의 과목을 심층적으로 다룸으로써 영재의 탐구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 심화 학습에서는 영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고등 사고 기능을 활용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도록 하는 학습 경험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교육과정에서 제공될 수 없는 자기 주도적이고 독립적인 프로젝트 수행 활동이 중심이 된다. 재능을 표출해 볼 수 있는 교내외의 각종 경시대회나 전시회, 발표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지원해 주는 것도 바람직하다.

방과 후나 주말 또는 방학에 운영되는 시간제 영재 프로그램의 경우 가정과 일반학급 담임교사의 영재학생에 대한 이해와 교육적 배려가 더욱 중요하다. 시간제 심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학교 생활의 대부분을 보내게 되는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시시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영재 심화 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담임교사와 프로그램 담당 교사 간의 동반자 의식이 필요하다. 영재는 특정 시간에만 영재일 수 없으며, 그렇게 대접받아서도 안 된다. 비록 소수의 영재이지만 일반학급 안에서도 그들의 수준에 맞는 심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수업처방은 모든 학생에게 개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학습 부진 학생과 그 반대편에서 심화된 학습 경험을 필요로 하는 학생에 대한 차별화된 교육적 선택의 기회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모든 학생에게 수업에서의 성공 경험을 제공해 주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교실을 이루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동하(영주 봉현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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