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계 대표들은 한미FTA가 지역 시장을 넓혀주는 '힘'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역 주력산업인 차부품과 섬유제품 판로가 획기적으로 확대되는 효과가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관세장벽이 사라졌다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차근차근히 전략을 세워 제품 경쟁력을 높여야 한미FTA의 열매를 따낼 수 있다고 경제계 대표들은 강조했다.
▲ 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우리나라는 이제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 시장을 품에 안았습니다. 수출을 통해 국가의 부를 일구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제 미국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습니다. 특히 'FTA를 통한 지역주의 확산'이라는 국제 통상환경변화의 조류에도 몸을 실었습니다."
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이제 우리가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고 했다. 싫든 좋든, 피할 수 없는 새로운 환경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대미 수출이 많았던 기업들은 전에 없는 판로개척의 기회를 이제 맞게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자본과 서비스업의 국내 진출로 인해 국내 관련 산업도 다양한 경영환경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는 대구경북지역 경우, 주력업종인 섬유나 자동차부품, 전기·전자 업종 등이 수출증가로 인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하지만 서비스시장과 농수축산물 시장이 개방된다면 지역의 피해도 적지 않다는 것.
"한미 FTA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이를 아무리 반대한다 해도 이미 거대해진 세계 경제의 조류를 거스를 수 없습니다. 이제 이를 잘 활용, 지역 경제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합니다."
그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FTA를 체결한 동북아시아 첫 국가라고 했다. 이런 의미를 잘 이용, 동북아 경제권의 중추로 부상할 기회를 이제 잡아야한다는 것.
"지역 기업들은 창의적인 제품생산과 신기술 개발에 더욱 힘써야합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우리 제품에 대해 관세장벽을 두지 않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제 품질경쟁력까지 확보한다면 우리 지역 기업들이 세계 초일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적잖은 피해도 생길 수 있는 만큼, 지방정부가 지역경제의 특성에 맞는 최선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상의 등 경제관련 기관들도 특정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들을 생각하겠다는 것.
"지역도 글로벌 경쟁의 중심에 섰습니다. 모든 시스템을 글로벌 체제에 맞추는 변신의 기회로 삼아야합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 이화언 대구은행장
"국내 금융산업의 추가적인 개방과 금융규제 완화가 불가피해졌습니다. 외국 금융회사들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이 가속화하고, 그 결과 금융기관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이화언 대구은행장은 한미FTA 체결이 대구·경북지역 등 국내 금융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상당 부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국제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단기성 투자자금의 빈번한 유출입, 그리고 적대적 M&A를 통한 글로벌 금융회사의 시장지배력 확대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국부 유출 소지도 큽니다. 국내 금융기관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거나 수익성이 저하할 수 있으며, 서민금융이 위축될 우려도 없지 않죠."
그러나 그는 국내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글로벌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시장원리에 의한 상시적인 금융 구조조정이 촉진되고 감독당국의 규제감독 기능이 선진화함으로써, 국내 금융산업의 효율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금융서비스의 채널이 다양해지고 금융상품의 선택 폭이 더욱 확대됨에 따라 금융소비자들의 편리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 금융산업에 있어 한미FTA 체결은 '양날의 칼'에 비유할 수 있다는 것.
"지역 금융기관이 '위험하다'는 걱정도 있지만, 기우에 그칠 겁니다. 특히 대구은행은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명실공히 '세계적인 초일류 금융기관'의 비전을 달성할 태세를 갖춰나가고 있죠. 지역밀착 경영과 관계금융을 한층 더 강화하는 한편, 서비스 채널과 네트워크를 더욱 확충한다면 어려운 목표가 아닙니다."
그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책을 잘 만든다면 금융 등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장기적으로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기관들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정책마련에 나서야한다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 안도상 대·경섬유산업협회 회장
"한·미 FTA 협상 체결로 지역 섬유산업은 개방에 따른 수출 효과의 극대화와 선진국형 산업구조로 탈바꿈하는 절호의 계기를 맞았습니다."
안도상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회장은 섬유분야는 미국에 경쟁 우위가 있는 산업인데 수혜가 비교적 많이 주어졌다고 반기면서 "이제 기회가 주어졌으니 이를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만 남았다."고 했다. 관세철폐로 인한 미국의 섬유 수요량 증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
안 회장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미국 시장을 확대하고 밀라노 프로젝트를 통해 구축된 지역의 인프라와 R&D로 생산 및 수출 품목을 고부가가치·차별화 제품으로 전환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우리의 취약품목인 산업용 섬유, 섬유소재 등은 미국과의 기술협력, 투자교류 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우리 섬유산업을 발 빠르게 선진국형 산업 구조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
안 회장은 "이에 앞서 준비와 투자도 착실히 해나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미국 시장의 모니터링을 통한 체계적인 분석과 능동적인 대처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고 했다.
협상 결과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안 회장은 "원산지 규정에 있어 지역 섬유업계가 주장하던 패브릭 포워드(원산지 기준을 제직부터 정하는 제도)가 아닌 얀 포워드(원사까지 생산해야 원산지국으로 인정해주는 규정)로 정한 것은 불만"이라는 것. 관세 철폐를 단계적으로 결정한 것 또한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안 회장은 "우리나라와 같은 통상주의 국가에서 FTA와 같은 무역 확대조치는 불가피하다."며 "아무쪼록 이번을 모멘텀으로 지역 섬유 산업의 재도약과 함께 섬유산업에 대한 일부의 부정적 시각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 진영환 대·경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지역의 기계·금속 업체들에겐 중요한 호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진영환 대구·경북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한미 FTA를 슬기롭게 활용한다면 지역 산업의 거대한 한 축인 자동차부품이 더욱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 이사장은 "미국은 중국에 이어 우리의 두 번째 자동차부품 수출국인 동시에 수입에 있어서도 일본, 독일에 이어 제3위의 수입국"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가 자동차 부품 수출 증가에 분명히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
하지만 진 이사장은 "지역 업체들은 관세 인하로 인한 가격 경쟁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관세가 인하돼 미국으로의 수출 기회가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관세 인하가 당장에 지역 기업들에게 큰 혜택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진 이사장은 "중국을 위시한 후발 경쟁국과는 어차피 가격 경쟁력으로는 힘들다."며 "기업들이 이를 계기로 피나는 기술력 향상과 자기 발전에 몰두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번을 계기로 미국의 국내 투자와 기술 이전 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지역 업체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동차부품을 비롯해 기계·금속 분야에서도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도전이 거센 만큼 한미 FTA를 잘 활용해 중국을 제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 이사장은 적잖은 우려도 피력했다. 미국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가 없어지고 세제 개편이 이루어짐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고전이 예상된다는 것. 이럴 경우 현대자동차의 협력 업체가 70~80%에 이르는 지역의 자동차부품업체들도 상당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진 이사장은 "한미 FTA로 인한 장단점들을 잘 파악해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할 수 있도록 이제부터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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