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각박해지다 보니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기본도덕만이라도 갖추자는 게 법 운용의 지표가 된다. 그런데 최소한의 도덕을 못 지키게 강제하는 법률이 있다. 바로 공직선거법이다. 우리의 전통이나 관습, 사회통념으로 볼 때 그 도가 지나친 경우가 적지 않다.
2006년 5'31지방선거와 관련된 최근의 선거법 위반 사건들을 보면 그런 정황을 이해할 수 있다. 선거에서의 지지를 부탁하기 위해 3, 4개월 또는 6, 7개월의 시차를 두고 유권자 4명의 집을 호별방문한 경북의 모 군수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아 대법원의 파기 환송심을 기다리고 있다. 병원 입원실을 방문하여 선거구민 4명에게 출마사실을 알린 경북도의원은 항소심에서 90만 원의 유죄선고를 받았다.
선거가 공명하게 이뤄져야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기초적 사회활동마저 선거를 이유로 묶어버린다는 것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의 사례들을 보면 서울시 도봉구는 설을 앞두고 양로원에 쌀을 지급하려다 선거법 때문에 취소했고, 충남 서산시에서는 2만 원의 장수수당을 지급하다 중단했다. 동해안 지자체들은 해맞이 행사 때 떡국 한 그릇씩 나누려다 역시 선관위의 제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기부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상과 같은 선양사업도 상장 한 장으로 공로를 포상해야하는 구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내 초중고등학교 졸업생들에게 단체장 명의로 간단한 격려품 하나 줄 수 없도록 한 것도 공직선거법 규제사항이다.
우리는 이쯤에서 기계화된 공직선거법 조항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후보자에게서 받은 금품이나 향응 금액의 50배를 과태료로 내야하는 조항이 적용된 후 직접적인 선거부정은 어느 정도 정화가 되었다고 본다. 인정과 미풍양속을 부정하고, 후보자를 선거기계로 만드는 이런 법은 법 취지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비인간적이다.
최근 시장 군수 구청장협의회가 이런 기계적, 가학적 조항을 담고 있는 공직선거법의 개정을 정부에 촉구한 것은 일리가 있는 일이다. 협의회의 건의가 일선행정의 인간화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이니만큼 그 취지가 사장되지 않도록 충분한 배려가 있기를 기대한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