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96세 유몽군·90세 송익순 할머니의 '노익장'

입력 2007-03-31 09:19:12

"일하니까 신나고 좋아. 여럿이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일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니까. 몸도 덜 아파."

대구 달서구 용산동의 한 경로당 공동 작업실에서 만난 유몽군(96) 할머니는 지우개를 포장하는 일에 푹 빠져 있었다. '일하는 재미'에 취해 늙는 줄도 모른다는 유 할머니는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했다. 두꺼운 돋보기를 낀 채 지우개 하나하나를 겉포장하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지우개가 포장지에 알맞게 들어갔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스티커로 마무리작업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에선 아흔여섯이란 나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유 할머니는 지난해 5월 둘째 딸 강정옥(72) 씨와 함께 달서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공동작업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용돈이나 벌어보겠다고 시작한 일이 현재는 할머니 삶의 낙이 됐다. 하루 150개의 지우개를 포장한다는 할머니는 지난달 18만 원을 벌기도 했다. 허리가 굽은 것 외에는 지병이 전혀 없는 할머니는 번 돈을 딸의 생활비에 보탰다. 딸네 집에 얹혀사는 것이 미안했던 할머니의 작은 배려였다. 강 씨는 "병치레 않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어머니가 되레 고맙다."며 "이 돈은 어머니에게 필요한 물품을 사는 데 쓸 것"이라고 했다.

1월 중순부터 지우개 포장을 시작한 송익순(90) 할머니도 아흔의 나이에 당당히 '일하는 노인'대열에 합류했다. 경로당에서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치매 예방이나 해보자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 할머니 삶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평생 시골에서 농사만 짓다 아들네 아파트로 이사와 살다 보니 '소일거리'가 필요했던 할머니에게 지우개 포장일은 제격이었다. "힘들이지 않고 돈을 벌 수 있어 신났다."는 할머니는 최근 두 달 동안 15만 원의 용돈을 벌었다. 평소 관절이 좋지 않았던 할머니는 그 돈으로 병원비를 해결했다. 아들에게 부담주지 않고 병원비를 해결했다는 할머니의 얼굴에선 뿌듯함이 묻어나기도 했다.

"신나게 일해 건강하게 살면 그게 자식들을 위한 길이지."라며 두 할머니는 점심식사를 끝내자마자 다시 공동 작업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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