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약사로 활동하고 있는 수필가 허창옥(54) 씨가 산문집 '국화꽃 피다'(북랜드 펴냄)를 출간했다.
1997년 '말로 다 할 수 있다면', 2002년 '길'에 이은 세 번째 작품집이다. 이전 수필집과 달리 산문집에서는 아호(지원)를 필명으로 썼다.
'국화꽃 피다'에는 '수필일기'란 부제를 달았다. "가슴에 머물렀으나 수필이 되지 못한 사유의 자투리를 책으로 묶어냈다."며 "굳이 '수필일기'라고 한 것은 수필을 사랑한 내 곡진한 마음과 시간의 기록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물녘(여우와 늑대 사이)에는 몹시 스산하였다. 마음을 어쩌지 못해 혼란스러웠지만 시간이 흐르고 더 이상 여우도 늑대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둠이 덮이자 마음도 가만가만 제자리로 접어들었다. 영화 '카프카'를 감상했다. 고독한 영혼, 깊은 영혼만이 예술을 빚어낼 수 있다. 강물처럼 깊어지자.'
그는 오래동안 수필일기를 써왔다. 일종의 작가노트와 같은 단상들이다. 작가의 말처럼 수필이 되지는 못했지만, 사유의 폭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사뭇 실팍한 글들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읽거나, 청량산을 가거나, 신문에 게재된 아기의 사진을 보거나, 진눈깨비라도 내릴 것 같은 날씨를 대하거나, 영화 '만추'를 보거나…. 그의 가슴은 콩닥거리고, 글마저 가슴과 함께 콩닥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국화꽃을 보고 그는 이렇게 썼다. '화려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웬만큼 세월을 살아낸 자의 얼굴과 심성을 가진 누님 또는 누님같이 생긴 꽃, 그게 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이면 국화가 꽃잎을 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제목도 '국화꽃 피다'라고 했다.
1953년 달성군 본리동(현 달서구 본리동)에서 태어난 허 씨는 1990년 수필문단에 등단해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143쪽, 8천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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