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너와 내가 주인공"
"육상에서도 박태환(수영), 김연아(피겨 스케이팅) 같은 선수가 나와야 한다." 대구가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함에 따라 세계적인 선수들과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육상 선수를 발굴·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적 기량을 갖춘 선수를 배출하지 못할 경우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자칫 '남의 잔치'가 될 우려가 높기 때문. 비인기 종목이란 냉대 속에서도 묵묵히 험로를 개척하고 있는 지역 육상 유망주를 뒷바라지하는 아버지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 대구체고 윤일군 아버지 윤인해 씨
"앞으로 4년 후인 2011년 8, 9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할 아들의 모습을 눈앞에 그려봅니다.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아들이 도약대를 힘차게 뛰어올라 좋은 기록을 내기를 기대합니다."
육상 멀리뛰기, 세단뛰기에서 고등부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윤일(17·대구체고 3년) 군의 아버지 윤인해(51·경운대 관광학부 겸임교수) 씨. 그는 "육상 불모지인 대구에서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는 것이 정말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또 "육상 선수를 뒷바라지하는 아버지로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에 뜨거운 성원을 보여주신 대구시민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들인 윤 군이 육상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한 아버지와 핸드볼 선수 출신인 어머니를 닮아 어릴 때부터 운동에 소질을 보여 높이뛰기를 시작했다. 그 후 멀리뛰기와 세단뛰기로 전향, 고등부 랭킹 1위를 차지하고 국가대표 후보로 선발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윤 군을 지도하고 있는 신춘우(51) 대구체고 감독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결선에 진출한 높이뛰기의 이진택 선수 이후 도약종목에서 가장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며 "2011년에는 기량과 체력이 정점에 올라 세계적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버지 윤 씨는 "아들이 육상을 하겠다고 했을 때 '네가 좋아하면 해보라.'며 반대하지 않았다."며 "승부보다는 즐겁게 운동하라고 격려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기록이 정체돼 아들이 괴로워하면 "멀리 보고 힘을 내야지."라며 등을 두드려주고 있다.
이른바 '돈이 되는' 일부 구기종목에 운동에 소질있는 청소년들이 앞다퉈 몰리는 현상에 대해서도 윤 씨는 나름의 소회를 피력했다. "일부 부모들은 자녀가 돈을 잘 버는 프로선수가 되는 것을 선호하고 있지요. 그와 달리 육상은 진로가 좁아 장래성이 불투명한 형편입니다. 하지만 아들이 육상을 하는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아요. 아들이 좋아하는 육상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잘 뒷바라지하는 게 아버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씨는 "육상과 함께 비인기 종목으로 꼽히는 수영에서 박태환 선수가 나온 것처럼 정부 차원에서 거시적 안목을 갖고 체계적으로 준비하면 육상에서도 우리나라가 강국이 될 수 있다."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계기로 대구가 대한민국 육상의 메카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 예천여고 경미양 아버지 손종훈 씨
"경미야! 연습하느라고 힘들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대구유치가 확정된 다음날인 28일 경북 예천공설운동장. 손종훈(49·경북 상주시 복룡동) 씨가 딸 경미(18·예천여고 3년) 양이 연습하고 있는 이곳으로 찾아왔다. 말없이 딸의 연습장면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눈길이 따뜻하다. 연습하다가 아버지를 발견한 경미 양은 아버지의 방문이 쑥쓰러우면서도 반가운 표정이다.
손 씨는 요즘 부러울 것이 없다. 손 양은 육상 400m 허들부문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기록은 60.93초로 전국 여고생 가운데 최고다. 지난해 김천 전국체전 여고부 우승을 시작으로 문화관광부 시도대항 1위, 안동 전국중고육상선수권대회 1위 등 4개 대회의 400m 허들부문에서 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손 양이 400m 허들을 시작한 지는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 처음엔 200·400m를 하다가 허들로 바꾼 지 한달만에 전국 중고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고 4개월 뒤 전국체전에서 우승했다. 특히 전국체전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를 따돌리고 우승해 육상계를 놀라게 했다.
최인해(45) 예천여고 육상부 감독은 "체중조절만 잘한다면 한국에서 당할 선수가 없다."면서 "2011 세계육상대회에서 세계 선수들과 겨뤄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설비업을 하는 손 씨는 "경미가 달리기에 소질이 있어 육상의 길을 만류하지 않았지만 처음엔 고민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워낙 비인기 종목인 데다 장래가 불투명했기 때문. 하지만 손 씨의 고민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실업팀과 대학팀에서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데다 배구나 농구를 제외하면 육상선수들의 연봉이 가장 많다는 얘기도 손 씨를 즐겁게 한다. 억대 연봉자도 많고 평균 연봉은 4천만 원에 이른다는 것. 육상선수 가운데 주부들도 많은 등 선수 생명도 길어 딸의 장래 걱정도 덜었다.
손 씨는 "경미가 어릴 때부터 워낙 달리기를 잘 해서 육상의 길을 걷도록 도왔다."면서 "대구에서 세계육상대회가 열리면 육상의 인기가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손 씨는 또 "아버지로서 별로 뒷바라지도 하지 않았는데 훌륭한 선수로 커가는 것이 너무 대견스럽다."면서 "일이 바빠 딸의 경기에 응원도 자주 못하는데 올해는 응원을 자주 가겠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세계 대회가 열리면 수많은 관중들이 응원을 하겠죠. 경미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세계적인 선수로 크길 바랍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