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성장 '쑥쑥'…20년간 유실수 묘목 키워내 전국 명성
서울~김천~구미를 잇는 중부내륙고속국도 북상주IC를 내려 상주방면으로 시원스레 뻗어있는 국도 3호선을 타고 달리다 보면 4차로 도로가 갑자기 2차로로 좁아지는 병목구간이 나온다. 바로 그곳에서 우측으로 넓게 펼쳐진 묘목밭들이 눈에 띈다. 약·특용수 분야에서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한울농장이다.
지난 2005년부터 한울특용수육종 영농조합법인으로 탈바꿈했으나 사람들은 통상 '한울농장'이라 부른다. 유실수 박사로 유명한 천상배(50) 씨가 20여 년간 흘린 땀과 앞으로 100년, 아니 1천 년의 꿈이 서린 곳이다.
한울농장은 모두 22곳에 농장을 가지고 있다. 면적만도 4만 6천650평이다. 이 농장에서 육종해 분양하는 묘목도 은행나무를 비롯해 10여 종이 넘는다.
새로 개발된 신품종 나무들도 숱하게 많다. 10년여의 은행나무 접 유목 개발과 연구를 통해 2001년에는 '등구랑·영신·구구·금자탑' 등 6개의 신품종을 등록했다.
또 2001년 10월에는 그동안 은행나무가 옆으로 휘어져 자란다는 단점을 연구한 끝에 '직립 은행나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듬해인 2002년 10월에도 천 대표는 가시없는 산초나무를 개발해 열매 생산 등에 훨씬 수월하도록 했다.
천 대표가 은행나무에 관심을 가진 것은 친구 때문이었다. 마을 친구가 은행나무를 빌려 농사를 짓고 열매를 수확해 시장에 내다파는 것을 보고 직접 나무를 키워 농사를 짓는다면 더 많은 수입이 있을 것으로 믿었다.
1994년 공주에서 얻어온 은행나무 줄기에다 접을 붙인 게 유실수와 인연을 맺은 첫 시도였다. 이때부터 몇 년간은 접만 붙였다. 1999년 비로소 접유목 은행나무가 2만여 그루가 됐다. 대량 생산의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이때부터 분양에 들어갔으나 생각만큼 팔리지 않았지만 천 대표는 별다른 관리 없이 많은 양의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는 여러 장점 때문에 은행나무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 한울농장의 제1작목은 '은행나무'다. 특히 천 대표가 개발한 직립 은행나무는 전국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2년에는 약·특용수 개발에 나섰다. 산초나무 가시를 없앤 신품종을 개발했고 산초·초피·두릅·엄나무 등 약용수 묘목을 생산했다.
한울농장은 묘목 판매 사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랜 기간 연구과정에서 판로 확보가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묘목을 분양하면서 법인의 조합원으로 가입시키고 수확한 열매를 책임 수매해 농가의 부담을 없애고 있다. 농가들로부터 수매한 열매들은 농장에서 새로운 가공식품으로 개발하거나 가공업체로 판매한다.
특히 매운탕 등 음식에 사용하는 일명 '재피가루'를 생산해 내는 초피나무의 풋재피는 소금에 절여 일본으로 수출키로 하고 수출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한울농장은 2, 3년 전부터 오디뽕나무 사업에 뛰어들었다. 뽕나무 묘목 판매뿐 아니라 직접 오디를 생산할 수 있는 포장을 조성해 고수익을 꿈꾸고 있다. 상주 은척면 남곡리 성주봉자연휴양림과 한방단지 인근의 2농장 4천500여 평에는 오다뽕나무 4천여 주가 심겨 있다. 이곳은 앞으로 도시 소비자들을 초청해 체험관광 농장으로 활용된다.
천상배 대표는 "1987년 매출 4천만 원에서 지난해 10억 원으로 성장했다. 농장의 성장은 농가들의 동반 성장을 보장하는 만큼 많은 농가들이 유실수를 통한 소득향상을 이뤘으면 한다."고 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