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呼稱)은 '이름지어 부름 또는 그 이름', 지칭(指稱)은 '가리켜 일컬음'을 뜻한다. 조금 단순하게 정리하면 직접 부를 때 그 이름은 호칭, 간접적으로 가리킬 때 그 이름은 지칭이라고 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사회가 현대화하면서 전통적인 호칭과 지칭이 많이 사라졌다. 호칭과 지칭이 워낙 다양하고 복잡한 탓일 것이다. 사람 관계를 나타내는 호칭은 많고 복잡하다.
'아빠/아버지/아버님' 정도는 다 알겠지만 '가친/춘부장/선고/선친/선대인' 정도에 이르면 아리송해진다. '백부, 중부, 숙부, 계부, 형수, 제수, 올케, 매부, 자형, 매제' 등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전통적인 호칭과 지칭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사실 말이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바뀌게 마련이다. 많은 사람이 그 말을 인정하고 그 말을 널리 쓰게 되면 지금까지의 말과 바꾸어 쓸 수도 있다. 바꾸어 쓰게 되면 학자들이 정리하고 인정해준다. 그러니 호칭이나 지칭도 바뀔 수 있고, 또 바뀌고 있다. '장인'을 '아버님'이라고 하게 된 것은 오랜 전의 일이고, '남편'을 '오빠'라고 칭하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굳이 올바른 호칭이나 지칭을 써야 한다고 강변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요즘 고쳤으면 하는 표현이 있다. 자신을 일컬을 때의 문제다. 예를 들면 자기를 소개할 때 스스로 '저는 김구 선생입니다.'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표현은 서울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면 가끔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어떤 모임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김구 선생'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직위/직급/직책을 먼저 말하고 이름을 뒤에 말해야 한다. 스스로 자신을 소개할 때는 '교사 김구입니다.'가 바른 표현이다. 스스로를 '문익점 사장', '박용래 시인' 등으로 말하는 데 이르면 더욱 어색하다.
말에는 사물, 사실, 현상의 본질을 드러내는 힘이 있기 때문에 우리 말 어법에도 꾸미는 말은 꾸밈을 받는 말 앞에 오도록 되어 있다. '나'의 정체성은 '선생, 사장, 시인'이 아니고, '김구, 문익점, 박용래'이다.
남이 자기를 부를 때와 자기 스스로 자신을 부를 때를 구별하여야 한다. 물론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야 '김구 선생께서 오셨습니다.', '박용래 시인의 작품입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대상 세계의 같고 다름을 구분하기도 하고, 대상 세계를 구체화하거나 추상화하기도 한다. 또, 대상 세계의 본질에 대해 인식하거나 추리하기도 한다. 우리가 대상 세계를 바르게 이해하거나 바르게 전달하려면 그 대상 세계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언어를 써야 한다.
자기 자신이라는 소중한 대상 세계의 본질은 '이름'에 있지 '직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학교에서부터 가르치면 좋겠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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