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디쓴 엉겅퀴 갈기가 내 몸을 붙잡는/ 숨막히는 저 길을/ 다시 걸어 들어가야겠다.'('행로에서'), '…/ 물 없고 바위와 모래뿐인 도시에서/ 이 초록의 길을 따라 나가/ 아주 먼 우주 저쪽에 살고 있는 너에게/ 초록의 말로 교신할 수 있으리.'('초록교신'), '…/ 여기서 시작하자고 말하련다./ 이 순결과 결백의 등성이 넘어/ 내 몸이 엉겨붙는 흙 붉은 위에서.'('흙 위에서')
삶에 대한 의지가 강물처럼, 길처럼, 꽃처럼 피어나는 시(詩)들로 가득하다. 올해 예순다섯의 권국명(대구가톨릭대 국문과 교수) 시인이 시집 '초록교신'(만인사 펴냄)을 내놓았다. 196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95년 '그리운 사랑이 돌아와 있으리라'와 2004년 '으능나무 금빛 몸' 이후 세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젊은 날보다 완숙기에 들어 더욱 왕성한 시작(詩作)을 보여주고 있다.
'초록교신'에는 '첼로', '분꽃이 진 자리' 등 사물의 풍경과 함께 '나는 다시 노래하련다','잠 안오는 밤' 등 삶의 성찰과 그리움에 대한 정서가 담박(澹泊)한 67편의 시에 녹아 있다. 시인은 "90년대 이후 우리 시가 너무 감정의 차원에서 흐르는 느낌이 없지 않다."며 "감정을 정서의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12쪽. 6천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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