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대선의 해' 새 리더십에 대한 기대

입력 2007-03-27 07:25:46

올해는 대선의 해여서 그런지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새롭다. 90년대 국민소득 1만 달러에서 10년이 넘도록 2만 달러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우리 경제상황이 이런 생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심지어 과거 10년이 우리에게도 '잃어버린 10년'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가장 큰 피해자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무능한 진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진보'와 '보수'의 관점에서 논의되는 리더십 문제는 별로 생산적이지 못한 것 같다. 진보의 10년이 나라를 망쳤다(?)며 보수가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폐가 있는 것 아닐까. 나라 살림이 리더와 리더십의 이념적 성향과 관계가 있다면 이웃나라 중국은 뭔가. 흑묘가 됐든 백묘가 됐든 쥐만 잡으면 되지 고루한 이념의 문제가 잣대가 될 수는 없는 것 아닐까.

그러나 리더십의 문제는 어쨌든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좋은 예가 하나 있다. 경부고속철도와 과거 경부고속국도 등 고속국도 건설과정이 그것이다. 지난 2004년 완공된 경부고속철도는 논의의 시작부터 따진다면 25년이 넘게 걸렸다. 지난 70년대 말에 교통부 주관으로 경부축 철도 건설 논의가 시작된 것을 시발로 잡으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 사이 4명의 대통령이 거쳐갔고 지금도 대구~부산을 감안하면 고속철 완공은 진행형이다. 아직도 온갖 민원 때문에 대구 이남 구간은 노선조차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부고속국도 등 고속국도 건설과정은 달랐다. 지난 80년대까지 우리나라에 건설된 11개의 고속국도 중 9개는 60, 70년대 초반 단 7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단군이래 최대 토목공사'라던 경부고속국도만 해도 만 2년 2개월 만에 완공됐다. 고속철도공단에서 고위 간부를 지낸 한 인사는 "고속철도 공사가 이렇게 지지부진한 것은 한마디로 '위'에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 해도 과거 권위주의 리더십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아니다. 국가와 시민사회의 힘의 균형을 생각하면 '독재'와 '권위'의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전과 통합의 리더십에 대한 갈망은 여전하다. 아무리 국가와 시민사회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하더라도 일류국가로의 도약은 중대 과제다. 리더의 목표 제시와 효율적인 의사결정과정, 추진력 등 새로운 리더십에 거는 기대는 크다.

최근 대선후보와 관련된 여론조사 결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경제문제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면서 경제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유력 대선후보들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 '경제지도자론' '사람경제론' 등으로 경제문제에 올인 중이다. '흑묘백묘론'까지는 아니더라도 국가 도약을 위해 새 대통령에게는 뭔가 다른 '카리스마'가 있었으면 한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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