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원자재값·눈감은 납품업체…지역공단의 눈물

입력 2007-03-26 09:40:30

수입 원자재 가격이 심상찮다. 니켈과 고철, 납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

한국수입업협회에 따르면 니켈의 2월 평균가는 1톤당 4만 1천584달러로 전월보다 12%나 급상승한 데다 3년 사이 3배 가까이 뛰었다. 고철의 경우도 2월 평균가가 1톤당 330달러로 전월 대비 8% 증가했고 납도 2월 평균가가 1톤당 1천840달러로 1월보다 7% 늘었다.

비철을 중심으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고공 행진을 펼치면서 지역의 기계·금속 업체들은 원화 상승에 이어 '원자재 악몽'까지 겪고 있다.

달성공단에 자리한 A업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이 업체는 최근 비상 회의를 두 차례 가졌다. 원자재 가격의 급상승이 이유였다. 이 업체의 경우 부품 생산가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게는 80%나 차지하기 때문에 그만큼 원자재 가격은 곧바로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2004년 철강 파동이 있을 때도 철을 구하기 위해 포항제철에 몇 차례나 갔던 경험이 있다는 이 업체 부장은 "만약 원자재가 부품 가격의 70% 정도를 차지했을 때 전체 생산가가 35% 오른다고 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철강 소재를 제공하는 철강업체는 오른 가격을 즉시 적용하는 반면 납품 업체는 오른 가격을 감안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어 부품 업체만 죽어난다는 것.

나름대로 소재를 대체하거나 설계를 변경해 소재가 적게 들어가게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내리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린다고 했다. 최근 이 업체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 최소한 수십억 원에 이르고 있다.

성서공단의 B업체. 현대자동차 2차 협력 업체인 이곳은 최근 거래하는 한 철강업체로부터 이달 초 공문을 하나 받았다. '탄소강 ㎏당 60원 인상, 합금강 ㎏당 80원 인상, 일반철 ㎏당 100원 인상'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업체 사장은 이로 인해 한숨만 내쉰다. 사장은 "원자재가 한 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성향이 있는데다 납품업체들도 6개월 정도 관망하거나 상승분을 묵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결국 인상분은 단기간에 업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갈수록 임금도 인상되는 마당에 원자재까지 올라 시름이 더해간다고 했다.

이 업체는 최근 9명의 외국인근로자 중 2명을 자국으로 돌려보냈다. 외국인도 국내 근로자처럼 대우해줘야 하는 데다 채산성이 갈수록 악화되기 때문이다. 사장은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뿐인데 이를 위해선 물류비를 줄이거나 종업원 대우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서공단의 한 알루미늄 새시 제작업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알루미늄 가격이 2004년 말부터 쉬지 않고 올라 2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뛴 탓에 공장 분위기가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이 업체 상무는 "조달청을 통해 원자재를 구매하면 약간은 싸게 살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여파로 이 업체는 2년 전보다 인력을 10% 이상 줄이고 인건비도 2년 동안 못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제조 공정을 자동화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 수익이 없어 투자 여력도 없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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