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진 서민의 애환…조융일 '소나무'展

입력 2007-03-26 08:47:15

소나무는 선비의 청고한 기상을 상징하기도 하고, 굴곡진 서민의 애환을 나타내기도 한다. 먼 산에도 있고, 집 뒷산에도 있는 소나무는 그렇게 우리와 친숙한 존재이다. 서양화가 조융일(50·대구예대 서양화과 교수)은 그런 소나무만을 그리는 작가이다.

거친 마티에르를 특징으로 하는 소나무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조융일전'이 28일부터 4월 2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053-420-8015)에서 열린다. 조 씨는 유연하면서도 강직한 붉은 줄기와 푸른 잎으로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소나무의 기상을 표현한다. 그러면서도 빛의 강약을 조절하고 녹색 계열의 색으로 써 소나무의 또 다른 이미지를 전한다.

적당히 구부러진 소나무 둥치는 힘차고도 유연한 선으로 처리했다. 세월이 흘러 갈라진 나무 껍질 위로는 오후에 비치는 한줄기 햇빛이 쉬어 가기도 한다. 유구한 역사를 꿋꿋이 지켜봐온 존재로서 소나무의 상서로운 분위기를 감지하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초봄의 파릇파릇함부터 신록의 짙푸름, 만추의 퇴색함을 지나 한겨울의 스산한 회색 기운까지 함께 아우르면서도 결코 푸른빛을 잃지 않는 소나무. 조융일의 소나무가 있는 풍경은 생성과 소멸이란 영구한 자연현상을 소리없이 펼쳐 보인다.

'모든 것이 순화된 자연의 질서' 안에 솟은 소나무는 관람객에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풍경으로 안내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150호, 200호, 300호 등 대작들이 소개돼 소나무의 웅장한 기운을 더욱 감동적으로 전한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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