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이 두려움 대상 돼선 안돼죠"
지난해 말 6천 명 경북경찰의 수장으로 첫발을 내디딘 송강호 경북경찰청장에게는 '괴짜 청장'과 '혁신 청장'이라는 두 가지 애칭이 함께 붙어 다닌다.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될 법한 이 애칭들은 부임 이후 이어진 그의 기이한(?) 행동에서 탄생했다.
취임 이후 의례적으로 행해왔던 도내 시·군 경찰서 초도순시를 송 청장은 주민과의 만남의 장으로 바꿨다. 그동안 경찰관들끼리 모여 현황을 보고하고 보고받는 전례에서 벗어나 23개 시·군마다 수백 명의 주민을 초청해 화합의 마당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행사 중간에는 송 청장이 색소폰을 직접 불고 주민들과 노래를 함께 부르며 춤을 추기까지 했다.
"경찰은 주민들에게 편안한 삶을 보장하는 데 존재의 이유가 있어요. 하지만 주민들에겐 여전히 경찰 제복이 두려움의 대상이거나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으로 인식되잖아요? 항상 주민들과 친숙한 경찰이 되자고 떠들 뿐 실천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그는 경찰조직에 혁신이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혁신이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조직원 모두가 조직의 목적과 목표를 위해 다함께 동참하자는 생각이 자발적으로 들도록 만드는 것이지요. 때문에 위에서의 일방적 지시에 의한 혁신은 반드시 실패합니다. 아래에서부터의 자발적인 혁신이야말로 조직을 바꿀 수 있어요."
그래서 '감성치안'을 들고 나섰다. 우선 직원들과의 대화시간을 늘렸다. 서로의 생각과 고충을 주고받아 마음이 일단 통해야만 몸이 따라가게 된다는 생각에서다.
"일선 시·군 경찰서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기 힘들면 시간 나는 대로 미니홈피와 인터넷 대화방에서 대화를 하고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생각을 공감하지요. 처음엔 머쓱해 하던 직원들이 지금은 청장과 계급장을 뗀 채 인생 선·후배로서 고민과 어려움을 얘기할 수 있다며 너무 좋아하고 있어요."
또 일상화된 문서보고와 계장-과장-청장에게로 이어지는 계선보고를 과감히 없앴다. 전자결재, SMS 문자메시지 등으로 대신했다.
송 청장은 물과 같은 경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낮은 곳만 찾아 흐르는 물처럼 항상 낮은 자세로 겸손하고 유연한 경찰이 되어야 한다는 것. "경찰은 국민을 하늘처럼 섬겨야 합니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들면 인권침해나 부패 등의 부작용이 생기게 되지요."
지난 13일 부임 100일을 맞은 그는 "경계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져 '어렵고 멀게 느껴졌던 경찰이 주민 곁으로 다가와 친숙해졌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미국 FBI의 신조가 '범죄에 대한 최대의 효율적 무기는 주민과의 협력'입니다. 따라서 경찰혁신의 마지막 꼭짓점은 주민과의 소통이지요."
송 청장은 그동안 경찰청 혁신기획단장, 경찰대학, 중앙경찰학교장 등의 자리에서 갈고 닦은 혁신이론을 근 20년 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처음으로 펼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 "경찰은 앞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국민의 삶 속에 녹아들어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송강호 경북경찰청장은 경찰 조직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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