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UCC가 낳는 건 황금알뿐일까?

입력 2007-03-26 07:46:17

세계최대의 검색 사이트인 구글은 지난해 10월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를 16억 5천만 달러(한화 1조 5천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유튜브는 네티즌들이 만든 동영상 UCC(사용자제작콘텐츠)를 공유하는 사이트다. 이 해 11월 미국 타임지도 유튜브를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 UCC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사람들은 UCC에 열광했다. UCC 없는 인터넷은 상상하기 힘들어졌고 UCC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올랐다. 과연 UCC는 황금알을 낳을 수 있을까.

◆ 음란물, UCC 열풍에 발목 잡나

최근에 터진 포털사이트의 음란 동영상 파문은 UCC의 수익 모델에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환기시켰다.

텍스트 정보의 경우 특정 단어에 대한 금칙어를 정함으로써 기계적으로 걸러낼 수 있다. 하지만 동영상은 직접 돌려보고 검사해야 하므로 사후 조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네이버의 한 블로그에는 '기발한 생각'이라는 6분여 짜리 변태 강간 동영상이 실렸는데, 앞부분 1분 30초까지 일반적인 동영상으로 위장해 있어 18일간 발각되지 않았다.

네이버에는 하루 평균 2만여 개의 동영상이 새로 올려진다. 외부 서버에 저장된 상태에서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 안에서 링크된 동영상의 수는 훨씬 많다.

네이버 측은 270명의 인력이 사이트 내 정보에 대해 모니터링 작업을 벌이고 있다. 모니터링에 연간 100억 원을 들인다고 했다. 네이버는 피부색 데이터를 이용해 음란물을 찾아낸다는 아이디어도 검토하고 있다. 화면 안의 색상에 피부색 비중이 많은 동영상이 음란물일 가능성이 높은만큼, 이를 기계적으로 걸러내겠다는 복안이다.

하루 6천 건 정도의 동영상이 업로드되는 판도라TV의 경우 40명의 인력이 동영상을 32배속으로 돌려 모니터링하고 있다. 판도라TV에 따르면 업로드되는 동영상 가운데 0.3% 정도가 유해 동영상이라고 한다.

음란물 파문이 일 때마다 포털과 동영상 UCC 사이트들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예전에 발표했던 것의 재탕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필터링에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UCC를 이용해 광고 수익을 올리겠다는 포털 및 UCC 사이트들의 마케팅 전략에 변화가 없는 한 음란 동영상 사건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 비용은 많이 드는데…

동영상의 데이터량은 텍스트 콘텐츠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저장 비용과 네트워크 관리비용이 만만찮다. 사용자들이 올리는 동영상 파일이 하루 1천 기가바이트라고 가정했을 때 매달 수천 만~수억 원 대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광고 수익만으로는 데이터 저장장치·네트워크 관리비용을 감당하기 버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내에서 동영상 서비스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한 포털은 지난해 말 의욕적으로 UCC 이벤트를 벌였다.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 등 경품을 많이 내걸었음에도 보름 동안의 이벤트 기간 중 참여한 글은 극히 저조했다. 포털들의 기대와 사용자들의 참여 현실과는 엄연한 간격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UCC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 모델은 현재 광고 이외에 뚜렷이 제시된 것이 없다. 제일기획이 예상한 올해 온라인 광고매출액은 1조 2천억 원. 이 가운데 검색광고는 7천100억 원, 디스플레이(배너) 광고는 4천800억 원이다.

한국언론재단 최민재 박사는 "UCC는 새로운 광고 수익원을 창출하기보다 기존의 온라인 광고를 나눠먹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수익원으로서 UCC의 미래는 장밋빛이라 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지난 2월 열린 '웹2.0 수익창출 콘퍼런스'에서 강연자로 나선 MVP창업투자 송은강 이사도 "현재 검증된 수익 창출 방법은 광고와 M&A(인수·합병)밖에 없을 것"이라 진단했다.

◆ 더 큰 암초…저작권

음란물보다 오히려 UCC 수익 전선에 놓인 더 큰 암초는 저작권 문제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가 지난 20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동영상 UCC 가운데 84%는 저작권 침해물이다. 순수 창작물은 16%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방송프로그램이나 광고, 뮤직비디오, 영화 등 기존 저작물을 편집·재가공한 것이다. UCC란 말은 사용자제작콘텐츠(User Created Contents)가 아니라 사용자복제콘텐츠(User Copied Contents)라고 규정해야 할 판국이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의 디지털미디어를 담당하는 자회사 3곳(KBS인터넷·iMBC·SBSi)은 지난해 10월 포털 등 인터넷 사이트에 저작권 위반 행위 시정을 촉구하고 나서 동영상UCC 저작권 논쟁에 불을 당겼다. 미국의 비아컴(Viacom)사는 "비아컴이 저작권을 가진 16만 건의 불법 영상이 유튜브에 게시되는 등 유튜브가 의도적인 대규모의 저작권 침해를 하고 있다."며 10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이달 들어 제기했다.

저작권 논쟁을 정리하지 않을 경우 동영상 UCC는 음악시장에서 벌어졌던 MP3 소송과 같은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 동영상 UCC 서비스업계는 '인용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는 등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용자가 UCC를 만들 때 방송 콘텐츠 등 타인의 저작물을 5분 한도 내에 자유롭게 이용하되, 사이트 운영자가 저작권자에게 대신 이용료를 지급하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방송사들과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UCC의 저작권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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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

User Created Contents의 줄임말. 사용자들이 만들어 온라인에 올리는 정보들을 말한다. 사용자들이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쓴 글이나 사진, 동영상, 네이버 지식iN에 올린 질문·답변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해외에서는 UCC라는 표현 대신 UGC(User Generated contents)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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