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뻥' 뚫리는 그날까지"…교통통신원

입력 2007-03-24 16:25:38

"네! 내당지하철역 네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이곳 달구벌대로 교통 흐름은 퇴근시간이 되면서 지·정체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황제맨션에서 내당역 네거리 사이 도로에서는 차량끼리 추돌할 위험이 높습니다. 1차로를 좌회전, 2차로를 직진과 좌회전 차로로 변경해 준다면 안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내당지하철역 네거리에서 교통통신원 OOO이었습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빠르고 정확한 교통정보를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교통통신원. '선진 교통문화 정착의 선구자'란 자부심을 갖고 교통현장을 누비고 있는 교통통신원들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봤다.

◇ TBN 대구교통방송

TBN 대구교통방송 교통통신원들은 현재 가장 활동 폭이 넓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통전문방송인 만큼 통신원들이 참여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여러 개에 이르고, 통신원 수도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구교통방송 교통정보팀 소속으로 방송에 참여하는 교통통신원은 37명. 제보를 하는 교통통신원은 552명에 이르고 있다. 택시·버스기사들은 물론 직장인, 주부 등 일반인들도 교통통신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출발 대구대행진' '달리는 교통방송' 등의 프로그램 참여는 물론 통신원들이 직접 주행을 하면서 가장 빠른 길을 청취자들에게 알려주는 '비교주행-빠른 길을 찾아라'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강신재(52) TBN 교통통신원회 회장은 "생생한 교통정보를 전달하는 데 모든 통신원들이 쉴 새 없이 달리고 있다."며 "교통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상세하게 청취자들에게 전달,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불합리한 교통현장을 개선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신원 한 사람이 한 달에 15~20회 정도 방송에 참여하고 있다. 방송시간은 40~50초로 짧은 편이지만 교통 흐름이나 개선할 점, 불합리한 교통 및 신호체계 등 방송 소재를 잡으려면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출연료를 받지만 유류비 등을 빼면 무료봉사다.

4년 전부터 통신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병대(47) 씨는 "통신원들이 빠르고 편안한 길을 찾아 방송을 한 후 청취자들이 고맙다고 인사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주부로 통신원 활동을 하고 있는 손외숙(43) 씨는 "봉사를 한다는 마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며 "추석이나 설에는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방송에 참여, 몸은 고단하지만 청취자들에게 도움을 드렸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다."고 얘기했다. 직장인으로 아마추어 무선 햄 활동을 하고 있는 김세동(39) 씨는 "무전기를 통해 교통정보를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며 "선진 교통문화 정착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강 회장을 비롯한 교통통신원들은 "좌회전할 때 방향지시등을 켜는 차량은 10대 중 고작 3, 4대에 불과하고 우회전 할 때는 거의가 켜지 않는다."며 "안전을 위해 운전자들이 방향지시등을 꼭 켜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급출발, 급제동하는 운전습관도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대구MBC

"명절에 다른 사람들은 고향을 찾는다고 야단법석일 때 차례도 뒤로하고 길안내 방송을 하러나갈 경우 가족들에게 정말 미안하지요."

대구MBC 교통통신원으로 활동한 지 23년이 넘은 박근용(61) 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는 MBC 교통통신원 18명 가운데 최고령자이며 가장 오랜 기간 활동한 그는 "선진 교통문화를 뿌리내리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활동한다."고 했다. 1995년 4월 대구 달서구 상인동 가스폭발사고 당시엔 무전기로 사고 소식을 듣고 택시를 몰고 현장에 출동, 부상자 4명을 보훈병원으로 옮기는 등 구조활동을 하기도 했다.

MBC 교통통신원은 1981년 9월에 출범했다. '푸른신호등'이란 라디오 프로그램에 교통통신원들이 참여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통신원은 18명. 택시 및 버스기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통신원 한 사람이 한 달에 두 번 정도 방송에 참여하고 있다. 오후 6시 15분부터 방송되는 '특급작전'에 출연, 약 1분여에 걸쳐 교통흐름이나 개선이 시급한 교통현장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수시로 제보도 해 '57분 교통정보' 등을 통해 방송되도록 애쓰고 있다.

8년 전부터 통신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차판순(54) 대구MBC 교통통신원회 회장은 "무단횡단, 불법주정차, 난폭운전 등 지역 교통문화는 아직 후진국 수준"이라며 "통신원 모두가 선진 교통문화를 만들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고 얘기했다. 옆에 있던 박 씨는 "한 사람이 고생하면 수백 명이 편안해진다는 마음으로 통신원 활동을 한다."고 덧붙였다. 통신원들은 서문시장에 불이 났을 때 성금을 내는 등 불우이웃을 돕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방송사로부터 통신원회에 활동비가 지급되지만 현장에 출동하는 기름값 등을 고려하면 거의 무료봉사인 셈.

라디오 생방송에 참여하다 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홍영환(50) 씨는 "어느 식당 주차장에 택시를 세워놓고 휴대전화로 방송에 참여하고 있는 데 갑자기 차를 빼달라고 해 방송이 2, 3초 정도 끊긴 적이 있다."며 "그럴 경우엔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고 했다. 홍일점 교통통신원인 심종순(54) 씨는 "방송을 통해 지적된 교통현장이 개선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며 "젊은 분들이 교통통신원 활동에 많이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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