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 맞서는 토종 마트 新전략 '배달'

입력 2007-03-24 16:33:55

"배달이 곧 경쟁력."

'골리앗'으로 비유되는 대형 마트에 맞서는 토종 마트의 전략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배달' 서비스다. 대형 마트에서 소홀한 배달 서비스를 강화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것. 일종의 틈새 전략인 셈이다. 이런 전략은 최근 편리한 쇼핑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짭짤한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동아마트 수성점 지하주차장. 1t 트럭에 배달할 짐들을 싣느라 직원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품목은 다양하다. 쌀을 비롯해 포장된 박스가 상당수지만 조그마한 비닐 쇼핑백이나 생수 묶음, 두루마리 박스 등 '저런 것도 배달하나.'라는 의문이 들 만한 것들도 적잖다.

7년 경력의 배달 전문 운전기사인 김준복(48) 씨는 "배달이 지난해에 20% 이상 늘었다."며 "갈수록 가볍고 사소한 물품을 배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20대 주부들이 배달을 선호한다는 것. 배달도우미를 하고 있는 김재영(20) 씨도 "쌀 배달이 가장 많지만 자그마한 비닐 쇼핑백부터 작은 화장품 가방, 장바구니 등 자질구레한 물품도 부지기수"라고 거들었다.

이곳 마트의 눈에 띄는 특징은 배달 서비스가 무척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 동네 주민이 간단한 물품을 사서 카운터에 배달 신청했을 때는 배달 도우미 3명으로 이루어진 도보 배달팀이 출동한다. 김창한 점장은 "가끔 바쁠 때는 영업 직원들도 배달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 배달은 매장에 별도로 마련된 배달 접수처에 신청으로 이루어진다. 고객의 명단이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이름만 말하면 주소와 연락처 등 세부 사항을 이내 알 수 있다. 직원 강해영(24·여) 씨는 "주로 손님이 들고 가기 힘든 무거운 품목들은 차량으로 배달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만 원도 안 되는 생수 묶음이나 반찬거리 등도 고객이 원할 경우 등록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점장은 "과거엔 3만 원 이상 물품에 대해 배달을 해주는 것이 규칙이었지만 지금은 금액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배달을 해주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소한 것도 배달해줌으로써 고객들에게 '지역 밀착형 마트'라는 차별화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것. 결국 대형마트와 싸울 수 있는 수단 가운데 하나가 배달 서비스라고 했다. 이로 인해 이곳 마트는 매년 20%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아파트촌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중소형 마트들도 배달 서비스에 신경쓰기는 마찬가지. 최용구 대백마트 황실점 사장은 "인근 대형 마트와 경쟁하기 위해선 배달 외에는 크게 내세울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곳 또한 배달 직원을 1명 고용해 가격 제한 없이, 또 추가 비용 없이 배달을 해주고 있다. 그나마 배달로 인해 고객 유지가 되고 있다는 게 최 사장의 설명. 최 사장은 "배달 주문의 90%는 동네 주민이지만 시내에서도 가끔 배달 주문이 오고 있다."고 했다.

이런 배달 서비스로 고객들 반응이 좋은 것은 '당연지사'. 배달을 자주 신청한다는 김지선(34·여·대구 수성구 수성1가) 씨는 "직장 생활로 여유가 없거나 운반하기가 불편한 경우가 많은데 일단 쇼핑만 하면 끝이니까 부담이 없고 편리하다."고 전했다. 노년층에겐 더욱 반응이 좋다. 정숙자(68·여·대구 수성구 수성3가) 씨는 "나이 많은 사람은 쇼핑 물품들을 들고 가야 하기 때문에 쇼핑이 꺼려진다."면서 "배달이 큰 힘이 된다."고 좋아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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