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들 키운 독서와 산수유람

입력 2007-03-24 07: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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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지식인의 독서노트/ 고전연구회 사암, 한정주·엄윤숙 쓰고 엮음/ 포럼 펴냄

"한 권의 책을 모두 읽을 만한 여유를 기다렸다가 책을 펼친다면 평생 독서를 할 수 있는 날을 찾지 못할 것이다. 시간에 쫓기더라도 한 글자를 읽을 수 있는 틈이 나면 반드시 한 글자라도 읽어라."(홍길주)

"생각이 넓지 못하다고 근심하지 마라. 보고 듣는 것이 넓어지면 생각 역시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독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이덕무)

"바다에 온갖 금은보화가 있다고 해도 사람들은 자신의 힘만큼밖에 가져오지 못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허균)

입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커지면서 독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정작 올바른 독서 습관에 관해서는 무관심한 듯하다. 이 같은 현실을 볼 때, 옛 선비들의 책 읽기에 대한 사유와 기록을 담은 '조선 지식인의 독서노트(248쪽, 9천800원)'는 참된 독서의 지침서 역할을 톡톡히 해 줄 것이다.

옛 선비들이 독서 비법은 따로 있지 않았다. 활을 쏘는 사람이 과녁에 마음을 집중하듯 자신이 지향하는 뜻을 마음에 품고 집중하는 것. 모르는 내용은 물어서라도 알려고 노력하고, 읽은 내용을 음미하며,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있다면 베껴 써보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정약용은 '다산시문집' '오학론2'에서 5가지 독서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가 박학(博學). 두루 혹은 널리 배운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심문(審問), 자세히 묻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으로는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신사(愼思)이고, 네 번째 방법은 명백하게 분별한다는 의미의 명변(明辯)을 꼽고 있다. 마지막 독서의 방법은 독행(篤行)이다. 진실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어쩌면 독서의 완성일 것이다.

"아이 다섯이 모두 물에 빠졌는데, 겨우 하나를 건져 올리고 장하다 떠들어대는 부모는 부모가 아닙니다. 하나라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박학'에만 집착하는 오늘날의 독서 풍토에 대한 다산 선생의 쓴소리가 새삼스럽다.

□산문기행- 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 심경호 지음/ 이가서 펴냄

옛 선비들은 독서 이외에 또 자연에서 삶의 철학과 지혜를 배웠다.

"낮은 데서부터 높은 이상으로 상승하고 지류를 소급하여 근원을 탐구하는 것이 배우는 사람의 일임에야, 산놀이의 가치는 새삼 다시 말할 것이 없으리라."

홍인우의 '관동록'에 나오는 이 구절은 산수유람을 통해 풍류와 해학을 즐기고, 도의 본질을 탐구하며, 현실의 자신을 초월하려는 조선 선비들의 고양된 정신활동이 잘 드러나 있다. 산은 조선 선비들에게 치열한 자기수련의 도장이자, 세속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신선이 되어볼 수 있는 휴식과 풍류의 공간이었고, 임금을 그리며 사모하는 곳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산을 유람한 뒤 작성한 유람록에는 산수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안내뿐만 아니라 여행자의 인생, 철학, 예술이 녹아있다.

'산문기행-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784쪽, 2만 9천800원)'는 백두산, 한라산, 금강산, 청량산 등 35곳의 산을 소재로 한 선비 54명의 유람록이 실려 있다. 산문이 주는 문학적인 즐거움과 인문학적인 즐거움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더욱 매력적이게 한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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