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수익도 좋지만 너무 잦아" 눈살
22일 대구 수성구 대흥동 월드컵 경기장 앞 도로에는 '대한민국 패션대전' 등이 적힌 형형색색의 휘장들이 펄럭이고 있었다. 월드컵대로를 따라 800여m에 이르는 길에 널린 휘장은 어림잡아 500여 장. 대규모 국제·국내 패션 행사라도 열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들 휘장을 따라 월드컵 경기장으로 들어서자 앞마당에 세워진 홍보용 입간판을 비롯, 특정 브랜드를 홍보하는 플래카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경기장 스탠드 하부인 통로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옷가지들이 널려 있고, 2002월드컵 기간 동안 경비원 숙소로 쓰이던 600평 규모 공간은 창고로 변해 있었다. 판매공간 등을 합치면 1천500평에 이르러 웬만한 대형소매점보다 큰 규모였다.
오는 23일부터 10일간 월드컵경기장에서 '대한민국 패션대전'이라는 이름을 내건 '번개쇼핑몰'이 열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구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휘황찬란한 휘장에다 그럴듯한 이름 등을 내세워 대규모 행사를 하는 것처럼 가장해 옷 판매를 하고 있는 것.
이번 행사는 대구의류판매협동조합이 50여 업체를 참여시킨 가운데 여는 좌판 행사. 지난 2005년 말부터 매년 2, 3회씩 열려 이번으로 6번째를 맞는 번개시장으로 대여료가 3천300만 원이다.
그러나 월드컵 이후 대형할인점과 스포츠·아동 전문매장으로 구성된 파워센터와 복합 영상관 등을 유치해 영남권 최대 복합상업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대구시의 청사진과 달리 월드컵 경기장이 자주 번개쇼핑몰 공간으로 활용되다 보니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
이수남(45·여) 씨는 "대구시나 수성구청에서 주관하는 무슨 국가적 행사인 줄 알았다."며 "그런데 알고 보니 옷 장사여서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월드컵경기장에서 매일 운동한다는 이용우(69·수성구 시지동) 씨도 "정말 좋은 시설을 지어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이렇게 임대성 행사로 도배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투리 시간과 공간 활용 방편이라는 의견도 적잖다. 이날 공원을 찾은 정규창(52·수성구 범어동) 씨는 "기왕 지어놓은 시설인데 세수확보를 위해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월드컵경기장 관리소도 경기가 없는 기간을 피해 장소를 대여한 것이고, 이 때문에 체육 행사를 못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월드컵경기장과 같은 공유재산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임대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것.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월드컵경기장 수익의 큰 부분 중 하나가 이런 행사"라며 "분기별로 한 번씩 할 경우 1억 원에 가까운 수입이 들어오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