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문의 펀펀 야구] ②야구의 변신은 무죄

입력 2007-03-23 09:32:23

변화무쌍 야구역사

1920년대 이전의 미국 프로야구는 매우 섬세한 야구였다. 좋은 컨트롤을 가진 투수에게서 한 점을 얻기 위해서는 도루를 해야 했고 빨라야 했다. 안타를 칠 수 있는 확률도 낮았고 타구도 멀리가지 않았다.

타이 콥처럼 배트를 짧게 잡고 베이스 히트(단타)를 만들고 루상에서 승부를 걸던 시대였다. 득점이 많이 나지 않는 투수전 경기가 많았던 만큼 야구에 그다지 열광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1919년 승부조작 사건으로 유명한 블랙삭스 스캔들까지 터져 팬들로부터 외면 당한 미국 프로야구계는 야구 중흥을 위해 돌파구를 찾아야 할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이때 혜성같이 등장한 것이 베이브 루스와 보다 탄력있는 야구공이었다. 그 당시 야구 경기에선 홈런이 많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베이브 루스가 연일 쳐대는 홈런 행진은 큰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홈런 한방으로 승부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점수도 많이 나서 볼거리가 풍부해졌다. 야구장은 금새 인파로 가득찼고 관중들은 경기에 매료되어 갔다. 선수들도 욕심을 내어 서로 장타를 치려고 경쟁했고 이에 따라 수비 포메이션도 바뀌어졌다. 장타가 늘어나면서 중계 플레이가 절실히 필요해진 것이다.

비즈니스로서 야구는 크게 성공했고 사람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홈런을 기다리며 경기가 끝날때까지 흥분 속에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야구의 전부인 것처럼 사람들은 받아들였다.

1970년대 두각을 나타낸 놀란 라이언의 존재는 야구를 또 다시 변화시켰다. 투수들이 체력관리나 체계적인 웨이트 훈련, 싱커, 변종 커브 등의 새로운 구질 개발, 시속 160km의 강속구 등으로 점차 타자들을 압도하게 되자 야구는 다시 원점을 찾기 시작했다. 팀들이 늘어났고 좋은 선수들도 많이 배출되었으며 규칙적인 투수 로테이션으로 투고타저 현상이 강해졌다. 이에 따라 지명타자제도 도입되었다.

그러나 에이스의 대결에서 한 점은 바로 승리를 의미하기 때문에 언제 나올지 모르는 불확실한 홈런 보다는 기동력과 베이스 히트를 선호하는 감독이 늘었고 오늘날까지 야구는 다시 세밀함을 추구하는 양상으로 변화되었다

25년 역사의 삼성 야구도 바뀌고 있다. 이만수의 홈런에 열광했고 이승엽의 홈런 신기록에 전율을 느꼈던 삼성 야구가 선동열 감독이 팀을 맡고 나서는 현미경같이 섬세한 야구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동안 누구도 이뤄내지 못한 2년 연속 우승의 꿈을 실현했다. 만물이 정체하지 않듯이 야구도 변하는 것이고 변해야 살아남는 것이다.

최종문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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