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28) 씨는 직장생활 1년차로 갖은 스트레스를 받는 여자친구를 위해 '나쁜 여자' 자기개발서를 선물한 적이 있다고 했다.
"남자이면서도 공감가는 내용이 참 많았습니다. 그 만큼 여성들에게는 억눌려 있는 보상심리가 강하다는 것도 알수 있었고요. 표현과 주장이 조금 거칠긴 하지만 이런 책들이 제시하는 긍정적인 기능도 상당한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도 이 책을 읽고 나서는 회사 생활이 좀 더 편해졌다고 하더라고요."
반대 의견도 있다. 한동수(27) 씨는 "제 할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남들에게 피해만 끼치면서 스스로 당당하다고 생각하는 안하무인의 직장 동료를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이런 책들이 여성들의 억눌려 있는 심리기제를 자극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있겠지만, 무조건적으로 나쁜여자가 되길 강요하는 듯한 느낌도 있다."고 했다. 한 씨는 "결국 열심히 노력해서 일에 대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거지 얕은 겉치장만으로 '난 똑부러지는 여자'를 강조한다면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연애 상대로 '나쁜 여자'는 남성들의 인기를 한 몸에 얻는다. 톡톡튀는 매력이 넘치기 때문이란다.
스스로도 정말 '까칠한' 성격의 여자친구를 뒀다고 말하는 박두형(가명'28)씨. 그는 여자친구가 가끔은 말도 되지 않는 무리한 요구를 할 때도 종종 있지만 '그저 예쁠 뿐'이란다. "연애하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거든요. 토라지고, 풀리고, 그러다 다시 징징거리고. 오만하고 도도하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귀엽죠."
김주형(30)씨 역시 늘 필이 꽂히는 여자는 한 눈에 보기에도 '왕싸가지' 캐릭터라고 했다. "남자들의 정복욕을 자극한다고나 해야할까요? 저런 도도한 여자가 나에게만은 부드러운 눈웃음을 보인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왕싸가지'라도 다 용서해 줄 수 있는 법이지요."
한윤조기자
#적당한 선을 지켜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행복을 위해 스스로의 속박에서 벗어나되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선은 넘지 말아야 한다는 부분이다. 명백하게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는 어떤 광고의 카피에서처럼 '세상 모두가 YES 할 때 당당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여자'가 되어야겠지만, 세상 모든 일에 까칠하고 삐딱한 여자로 낙인찍혀서는 안될 일이다.
하현숙(가명'27'여)씨는 요즘 직장생활 3년 만에 제 목소리를 내고 살고 있다고 했다. 선배들의 부당한 야근 요구와 업무 지시에도 묵묵히 따랐지만 도저히 체력이 허락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반항'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그러면서 '처세술'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민도 많이 했단다.
"처음에는 동요를 하던 선배들도 지금은 '그렇게 착한 애가 저런 반응을 보일정도라면 선배들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에요. 그렇지만 처음부터 제가 무작정 맞서는 성격이었다면 이런 옹호론을 기대하긴 힘들었겠죠. 결국은 어느 선에서 수위를 조정하느냐인데, 무작정 '나쁜 여자, 대센 여자이기보다는 적당히 이기적이고, 적당히 착한 선을 찾는게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나는 까칠해도 너의 싸가지없는 모습은 받아줄수 없다는 이중성도 강하다. 황승지(가명'27'여)씨는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심리와 비슷한 것 같다."며 "살아가기엔 편하니까 나도 모르게 '나쁜 여자'의 행동법칙을 따르게 되지만, 그렇다고 내게 그렇게 행동하는 동료의 모습마저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주긴 힘들다."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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