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이주민들 고통 망각한 기공식

입력 2007-03-20 10:17:57

19일 오후 칠곡군 지천면 연화리 현지에서 영남권 내륙화물기지 기공식이 열렸다. 전국의 교통 요충지인 칠곡군이 물류·유통 거점도시로 힘찬 재도약의 나래를 펴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날 기공식은 오랜만에 지역에서 시행되는 대형 국책사업으로서의 의미를 더했다.

총사업비만 2천500억 원이 넘게 투입되는 사업이라 중앙 및 지방정부 인사와 지역 주민 등이 대거 초청됐다.

그러나 행사 진행은 사업의 원대한 의미와는 달리 엉망이었다. 꽃샘 추위에다 비까지 흩뿌리는 변덕날씨 때문에 신속한 진행이 필요한데도 사회자는 고위급 인사를 시작으로 지역의 선출직 인사들은 물론 교육장, 경찰서장, 소방서장 등 지역의 단위 기관장까지 줄줄이 소개하는 친절(?)함을 베풀었다.

게다가 시행사 대표의 인사말에 이어 차관, 도지사, 국회의원, 군수 순서로 백화점식 축사가 이어졌다.

이들은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이주민들에 대한 진정한 염려와 위로에는 인색한 채 "이번 화물기지 유치가 누구의 덕"이라며 서로 치켜세우기에 바빴다.

장밋빛 축사 열기와 달리 행사장 밖에서는 목이 멘 채 '현실에 맞는 보상'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절규가 메아리쳤다.

내륙화물기지 사업에 수용되는 지천면 연화리 주민들은"현실에 맞지 않는 엉터리 감정으로 수용주민들만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전체 보상대상자 269명 가운데 약 60%만 보상금을 수령했고, 이주 역시 대상자 65 가구중 19가구만 겨우 이주를 결정한 상태에서 영남권 내륙화물기지 건설 사업이 어떻게 난제를 풀고 순조롭게 공사를 진행할지에 대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 기공식이었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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