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서 떨어진 합판에 '아찔'…신고하자 "현장 사진있나"
A씨(40) 가족은 지난 9일 오후 1시쯤 경부고속국도를 이용하다 단체로 비명횡사할 뻔했다. 동대구 나들목을 지나 북대구 나들목 방향으로 가던 중 앞서가던 5t 화물차량 적재함에서 갑자기 대형합판이 떨어져 차량 앞을 덮친 것. 반사적으로 순간 속도를 높여 다행히 합판이 A씨의 차량 위쪽으로 비켜갔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이에 A씨는 또 다른 피해가 걱정돼 북대구 나들목에 도착하자마자 톨게이트 직원에게 모든 상황을 얘기하는 한편 화물차량번호 등 '교통법규 위반차량 시민신고서'를 작성하면서 신속하고 안전한 처리를 부탁했다. 하지만 다음날 신고처리를 확인하다 황당무계한 얘기를 들어야 했다. 직원으로부터 "당시 상황을 증명할 만한 사진이 있어야 정식 처리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 A씨는 "과적이나 적재불량 차량으로 애꿎은 피해자가 생길 수 있어 급하게 신고를 한 것인데 신속 대응은커녕 접수만 하고 처리조차 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사고 위험 순간도 간신히 피했는데 어떻게, 무슨 수로 그 찰나에 사진까지 찍으란 말이냐."며 어이없어했다.
한국도로공사의 과적 및 적재불량 등 운행제한차량의 강력한 단속방침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시민들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신고를 하더라도 무시당하기 일쑤인데다 고속국도순찰대로 신속하게 이첩되지 않아 운행제한차량 적발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 또 운행제한차량이 톨게이트의 단속카메라를 비웃듯 버젓이 통과하고 있어 단속시스템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실재 취재진이 19일 북대구영업소에 확인 결과, A씨의 '시민신고서'는 신고된 뒤 열흘이 지나도록 영업소에 남아 있었다. 아예 도로공사 측이나 고속국도순찰대로 신고가 이첩되지도 않았던 것. 영업소 관계자는 "보통 시민신고서는 각 영업소에서 1주일에서 10일 정도 모아둔 뒤 도로공사 측에 넘기게 돼 있다."며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에 연락하지 않았고, 사진 얘기는 '현장 사진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적재불량 차량의 고속국도 진입에 대한 물음엔 "어디에서 진입했는지 모르겠지만 단속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신고가 고속국도순찰대로 신속하게 제대로 이첩되지 않을 경우 운행제한차량의 위험천만한 운행은 그대로 방치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 고속국도에 떨어진 각종 물건 탓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도 피해자의 '전방주시 태만' '안전거리 미확보' 등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사건이 처리되는 등 오히려 덤터기까지 쓰고 있는 형편. 고속국도순찰대 관계자는 "운행제한차량을 본 신고자가 경찰에 바로 신고(112)할 경우에는 추적을 해서 사고를 방지할 수 있지만 톨게이트 등지에서 신고할 경우에는 단속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보통 시민들이 신고하는 내용이 쓰레기 투기나 난폭운전 등이어서 영업소 직원들이 안이하게 대처한 것 같다."며 "앞으로 이런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도로공사 경북지역본부는 지난 12일부터 24일까지 건설교통부, 교통안전공단과 함께 과적차량 운행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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